▲ 왼쪽부터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국정원장, 이완구 국무총리 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MB정권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 고리로 알려지며 검찰의 첫 수사 대상이 되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다음날인 4월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품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김기춘,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홍준표, 부산시장, 이병기, 이완구 등 정권 실세 핵심인사 8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의 단독인터뷰를 보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로 번졌다. 말 그대로 ‘나라를 뒤흔들 만한’ 파장이 일었고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칼 빼들기’에 나섰다.

특별수사팀은 82일 간의 기간 동안 140명을 조사하고 33차례 압수수색을 벌여 9.3Tb 상당의 디지털 자료를 분석했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8명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2명만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공소시효 만료’라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됐고 나머지 5인에 대해서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성완종 리스트는 결국 ‘망자의 허언’으로 정리된 셈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특별사면’을 언급한 후 수사 방향이 급격히 ‘사면 계기와 과정’으로 흘렀고, 그 결과 2012년 대선 당시 친박 핵심 의원들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핵심은 사라져 버렸다.

KBS·MBC·SBS 방송 3사는 2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모두 성완종 리스트 소식을 다뤘으나 검찰 수사결과처럼 싱겁기는 마찬가지였다. KBS와 SBS는 ‘용두사미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리포트를 보도해 그나마 ‘면피’를 했지만 MBC는 ‘수사 종료’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SBS, ‘성완종 리스트 결과’ 톱 보도… 수사 미비점 비판

KBS <뉴스9>와 SBS <8뉴스>의 첫 소식은 각각 <검찰, 홍준표·이완구만 ‘기소’…리스트 6인>, <홍준표·이완구 2명만 기소…나머지는 무혐의>였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 중 2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수사가 종료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다룬 <“특사 대가 5억 추정”…노건평은 시효 지나 불기소>(KBS), <"정황은 있는데 시효가 지나서" 노건평 불기소>(SBS)가 이어졌다.

성완종 전 회장이 2005년 5월, 2007년 12월 2번 특별사면을 받았을 때, 경남기업 임원 김모 씨가 첫 번째 특별사면 직후에 노건평 씨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고 두 번째 특별사면을 앞두고도 노건평 씨를 찾아가 그의 측근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2014년 12월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스9>는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수억 원대가 오간 정황이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노건평 씨 측의 반론은 “특사와 관련해 청탁이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는 한 줄이 전부였다.

<8뉴스> 역시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의 두 차례 사면 과정에 노건평 씨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며 “이런 정황을 뒷받침할 근거로 검찰은 건평 씨와 친분이 있다는 경남기업 관계자의 진술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면 청탁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 “지인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기 위해 사면 청탁을 했다는 검찰의 논리 자체가 억지”라는 노건평 씨 측의 반론이 나왔다.

▲ 2일자 KBS <뉴스9>, SBS <8뉴스> 보도

<뉴스9>와 <8뉴스> 모두 82일 간의 검찰 수사가 의혹 해소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스9>는 <의혹 해소 ‘실패’…‘용두사미’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성 전 회장이 숨진 만큼, 수사의 어려움도 이해가 갑니다만, 그러나 특별수사팀을 꾸려 석 달 가까이 수사한 결과치고는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뉴스9>는 △검찰이 3차례나 압수수색을 하고도 언론 보도 이후에야 경남기업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알아챈 점 △홍문종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리스트 속 인물은 서면조사만 했을 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점 △결과적으로 경남기업 관계자들만 구속되는 상황이 연출된 점 △불기소하기로 한 노건평 씨의 수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공개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하지만 ‘대선 불법자금 의혹’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8뉴스>는 <대선자금 의혹 못 밝힌 수사…빈 수레가 요란했다> 리포트에서 “결국 소리만 요란했지 이번 검찰 수사는 사실상 빈 수레만 끌고 퇴장하게 됐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대선자금 문제는 수사하는 흉내만 내다 말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면서 검찰을 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8뉴스>는 “이 사람(홍문종 의원)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아요?”라며 자신에게 받은 돈을 대선 자금으로 썼을 것이라는 성완종 전 회장의 음성을 보도한 뒤, “검찰은 홍 의원만 소환하고 다른 인사들은 서면조사로 마무리하면서 당사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조차 하지 않아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맥없는 수사’ 비판 생략된 MBC 보도

KBS, SBS가 ‘요란하기만 했던’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리포트로 ‘면피’한 것과 달리 MBC는 82일 간의 긴 수사가 ‘마쳐졌다’는 데 더 초점을 두어 보도했다. KBS, SBS가 첫 소식부터 내리 3꼭지를 성완종 리스트 보도에 할애한 것과 달리 18, 19번째에 후반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 2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MBC <뉴스데스크>는 <성완종 리스트 80일 수사결과… 이완구·홍준표 기소, 6인은 무혐의>에서 2인만 불기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노건평 씨에 대해서는 “약 5억 원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2008년 7월 이후에도 재산상 이익이 제공된 것으로 단정키는 어려워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는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의 말을 빌려 “성 전 회장의 2007년 특별사면 수사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 대해서는 거액의 돈을 챙긴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후, <성완종 리스트 특검 가나?… 여야, 특검 방식·대상 놓고 동상이몽>에서 “여야 모두 특검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방식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데스크>는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친박 실세들은 서면조사로 면죄부를 주면서 김한길 전 대표는 계속 수사하는 것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특검 도입을 요구한 새정치민주연합과 특검 도입을 하되 여야가 이미 합의처리한 수사검사 5명의 상설특검법에 따라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나란히 전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실시되면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도 수사해 발표할 수 있어 노건평 씨에 대한 수사 재개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똑같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고, 자세한 수사 내용도 밝혀지지 않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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