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중심의 주택정책을 펼친 미국에서 1980년대에 2차 시장을 활용한 주택금융시장이 탄생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 주택금융을 주도했던 저축대부조합이 파산하면서, 주택시장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1차 시장)이 아니라 자본시장(2차 시장)에서 도입하는 증권화 방식이 고안된 것입니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은행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은행의 자기자본규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위험자산에 따른 은행 부도를 막기 위해서 자기자본을 일정 비율 충당하라는 요구였는데, 이를 위해 대출자산을 매각하는 행위가 증권화를 촉진시켰습니다.

증권화는 이전에 유통되지 못했던 부채자산을 거래 가능한 증권으로 변경시켜 자본시장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은행이 채무자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다면 은행의 자산계정에는 대출이라는 부채자산이 나타나게 되며, 이 대출자산은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기 이전에는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묶여 있는 비유동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채무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이 권리(즉 대출자산)를 누군가에게 판매하면 대출 회수 이전에 은행은 대출을 현금화할 수 있게 되고 또 다른 누구에게 추가로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전통적으로는 은행이 발행하고 보유했던 비유동적 대출(부채자산)을 증권시장에 판매하고 유통시키는 행위를 ‘증권화’라고 합니다.

증권화 과정에서 금융자본은 은행 등이 매각한 주택담보대출을 유사한 종류의 다른 대출과 함께 재구성하고, 이를 담보로 주택담보부증권(MBS),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일종의 구조화된 채권을 발행합니다. 증권화는 은행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은행이 이제 전통적인 예대업무에서 발생되는 이자수익보다는 부채를 가공해 만들어낸 증권을 발행하고 판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주요한 수입수단으로 삼게 됩니다.

증권화로 투자은행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겼습니다. 이 증권화 과정은 한 차례로 끝난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확대되고 증폭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확산의 주범이 2차 증권화 과정에서 새롭게 발행된 CDO의 부실입니다. 1차 증권화 과정에서 발행된 MBS에 카드대출, 자동차대출, 기업대출, 학자금대출 등을 담로로 발행된 다른 증권을 혼합하여 만든 것이 CDO입니다. 또 투자은행은 이 CDO를 다른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섞어 3차 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의 증권화 과정을 거치면서 원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수익 추구는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합니다. 따라서 CDO를 발행, 인수, 판매한 투자은행들은 CDO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여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와 일종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것이 신용파산스왑(CDS)계약입니다. MBS, CDO의 부실이 확산되면서 CDS의 부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통해 엮인 금융전반의 부실로 확산되었습니다. 투자은행, 상업은행, 보험회사 등이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것이 이러한 기관들의 부실로 나타났습니다. 9월에 파산하거나 인수된 리만브라더스, 메릴린치, 또 부분 국유화된 AIG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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