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언론은 광고와 협찬 그리고 후원으로 먹고 산다. 광고가 ‘양지’에서 이루어진 영업의 결과라면, 협찬은 ‘음지’의 거래다. 후원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 광고가 줄면 협찬과 후원에 집중하는 게 언론의 생리다. 후원은 보통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언론사가 주최, 주관하는 행사에 현물이나 현찰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중 가장 오래된 물주는 ‘지방자치단체’다. <미디어스>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모든 광역·자치단체와 소속 공공기관에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언론사 후원 내역에 대한 정보를 청구했다. 1월 8일부터 하루에 한 지역씩, 언론의 ‘스폰서’를 공개한다. ①편은 가장 ‘특별’한 지자체 서울시와 그 산하 공공기관 및 자치구다.

서울시 언론사 후원 중 중앙·동아일보 몫이 80% 이상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63억4170만 원을 언론사에 후원했다. 그런데 내역을 따져보니 중앙일보 쏠림이 뚜렷하다. 서울시가 여러 가지 행사와 명목으로 중앙일보를 후원한 금액은 총 38억5250만 원인데, 이는 언론사 후원금액 총액 중 60.74%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동아일보다. 서울시가 동아일보에 후원한 금액은 총 14억 원으로 전체 22.42%다. 오세훈 전임 시장에 이어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도 서울시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대한 후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주최한 ‘e스타즈 서울’ 행사에는 중앙일보가 공동주최로 들어가 있다. 매년 3~4일 일정으로 서울 중심가에서 열린 이 행사에 드는 돈은 십억 원 이상인데,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시는 중앙일보에 매년 9억 원 안팎을 지급했다. 2010년에는 9억250만 원,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8억 원이다.

중앙일보는 또한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으로 매년 1억8천만 원 이상(2010년은 2억 원)을 후원받기도 했다. ‘중앙서울 마라톤대회’도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4억3천만 원을 중앙일보에 줬다. 다만 서울시는 중앙일보가 2005년부터 창간기념일에 맞춰 진행하는 ‘위아자 나눔장터’ 중 지난해 열린 행사를 공동 주관 또는 주최했으나, 후원금액을 주지는 않았다.

동아일보도 만만찮다. 동아일보는 매년 ‘서울국제마라톤’을 주최하면서 서울시 돈을 2억 원씩 확보했다. 동아일보는 또 ‘서울 달리기 대회’로 매년 8천만 원 이상을 받았다. 서울시는 올해 4월1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동아일보 주최 ‘서울 속 세계 여행 아이디어 공모전’에 2195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국민일보와 문화일보도 억대 후원을 받았다. 국민일보와 쿠키미디어가 공동주최하고 2012년 6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튼튼쑥쑥 어린이 건강박람회’에 들어간 서울시 돈은 4억 원이나 된다. 문화일보와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베이비부머 은퇴설계 토크콘서트’를 공동주최했는데, 서울시 돈 1억 원이 들어갔다.

진보언론 중에는 한겨레가 유일… 후원금액 ‘0원’ 기재한 사례도 다수

진보언론 중에는 한겨레가 유일하다시피하다. 서울시는 한겨레가 2012년 진행한 ‘제3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천만 원을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제4회 포럼 때는 1825만 원, 지난해 10월 열린 제5회 포럼에는 1200만 원을 지원했다. 이밖에서 서울시는 2013년부터 한겨레가 하고 있는 ‘한글날 예쁜엽서전’에는 홍보 명목으로 8500만 원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2013년도 행사 후원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여성신문사와 YTN 사이언스도 후원을 받았다. 서울시는 여성신문사가 매년 진행하는 ‘여성마라톤대회’에 2012년까지 1억 원 이상을 후원했다. 2013년 후원금액은 7천만 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말 YTN 사이언스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연 ‘공유서울박람회’에 3백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후원금액이 없거나 밝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는 한국일보가 하는 ‘남산100만인 걷기대회’를 매년 후원하고 있으나, 후원금액을 0원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9월14일 디지털타임스와 공동주최한 ‘서울앱페스티벌’에 대한 후원금액도 전혀 없다고 공개했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10월19일 진행한 ‘유방암 예방 걷기대회’와 2013년부터 조선비즈가 진행한 ‘공유서울 컨퍼런스’, 2012년 12월 MBC플러스미디어가 주최·주관한 ‘2012 MBC+웰다잉페어’에 대한 후원금도 0원으로 공개했다.

세종문화회관의 동아일보 사랑, 1억5500만 원 티켓구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도 여러 언론사를 후원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이틀 간 열린 ‘딜리셔스뮤직시티’ 행사를 진행하며 CJ E&M에 980만 원을 후원했다. 공동사용 물품 임차료 명목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10년과 2014년 총 2차례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기업음악회’를 후원했으나 “계약내역은 상호 비공개하기로 계약했다”며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와 공동으로 한겨레의 ‘아시아미래포럼’을 지원했다. 2013년 제4회 포럼 때 2500만 원, 지난해 5회 포럼 때는 2천만 원이다. 한겨레가 2012년부터 ‘아시아미래포럼’을 하며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에서 받은 돈은 총 8525만 원이다. 한편 농수산식품공사는 2013년 경향신문의 ‘도시농업박람회’ 때 5백만 원을 후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세종문화회관이 동아일보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다는 점이다. 총 7건의 언론사 후원 중 5건이 동아일보와 엮여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다섯 차례 오페라를 동아일보와 같이 했고, 1억5527만4천 원어치의 티켓을 구매했다. 이밖에도 세종문화회관은 2011년 MBC 뮤지컬 ‘알라딘’에 4억4640만2771원의 지분투자를 했고, 2013년 10월 뉴시스가 주최한 ‘시민예술제-서울윈드페스티벌 해외초청공연’에 8천만 원을 후원했다.

자치구는 지역 사업자에 후원 몰아주기

자치구는 주로 ‘지역기반’ 언론사 및 방송사업자를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는 지난해 중앙일보 헬스미디어의 ‘강서구 의료관광 및 포럼 홍보’ 행사에 5백만 원을 후원했다. 2013년 유스트림TV, 2014년 티브로드 강서방송이 진행한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모금생방송’ 행사는 중계시스템을 빌려주고, 운영인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7월 TBS교통방송과 공동으로 대학입시 정보설명회를 개최하면서 2백만 원 가량을 후원했다. 금천구는 지난 2012년 6월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이 주관한 ‘시민대학 토크콘서트 대한민국의 길을 묻는다!’ 행사를 주최하며 210만 원을 후원했다. 그해 11월에는 같은 방식으로 시사인이 주관한 ‘청소년 토크콘서트’에 480만 원을 후원했다.

종로구는 부암동주민센터가 주최한 ‘부암동 돗자리 음악회 가족사랑 주민 노래자랑’을 후원하면서 지역케이블인 티브로드를 후원했다고 밝혔으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송파구는 2011년 ‘이웃돕기 모금’을 진행하면서 씨앤앰 미디어원에 550만 원을 후원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4월 ‘불광천 봄바람 벚꽃축제’, 10월 ‘북한산 페스티벌’을 하면서 지역SO인 CJ헬로비전에 각각 1900만 원과 1400만 원을 후원했다.

관악구는 2012년 12월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면서 지역SO 현대HCN에 1033만5천 원을 후원했다. 이밖에도 관악구는 동아일보가 주관한 ‘청년드림관악캠프 진로멘토링’에 대해 후원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지만 금액은 0원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2014년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농민신문에 노트 500권(25만 원 상당)을 구매하는 것으로 후원했다. KBS <TV쇼 진품명품> 서대문구편 출장감정 당시 후원금액은 없었다고 공개했다.

마포구의 경우, 마포신문사가 주최하는 ‘여성백일장’에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매년 후원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마포타임즈가 주최한 ‘토정백일장’에 행사 때마다 3백만 원씩을 후원했다. 영등포구는 EBS와 손을 잡고 2013년부터 총 3차례 입시정보설명회를 공동주관, 개최했는데 EBS학교교육본부 수능교육부에 대한 후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시 및 산하 공공기관, 자치구의 언론사 후원내역. <미디어스>가 각 기관의 자료를 취합해 정리한 것.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제보를 기다리며…

아래 나열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과 자치구들은 <미디어스>에 언론사에 대한 후원 내역이 아예 없거나, 정보가 없다고 알려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자치구만 하더라도 과가 500개가 넘는데 정보를 취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치구 중 정보를 공개한 곳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종로구 송파구 은평구 관악구 영등포구 마포구 서대문구뿐이다. 나머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보가 없거나, 아예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는 서울메트로 서울시시설관리공단 SH공사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서울의료원 서울특별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문화재단 서울장학재단 서울특별시자원봉사센터는 ‘해당 사항 없음’으로 공개했다. 있더라도 찾지 못했거나, 알더라도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래 기관 및 자치단체들이 언론사를 후원한 내역을 알고 있는 공무원과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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