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기레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몰랐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수여하는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했다.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이면서도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 한국 언론을 바꿀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줬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 4월 16일 오전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해상에서 침몰해 304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사진은 지난 4월 청계천에 매여 있던 노란 리본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30주년 창립 기념식이 개최됐다. 8시 20분께 열린 제16회 민주시민언론상 시상식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본상을, <울산저널>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시상에 앞서 이준식 심사위원장은 “모두 다섯 후보가 올라왔다. 15회 동안 수상자를 보면 제도권 언론에 속한 사람 혹은 단체,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 혹은 단체가 적당히 섞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부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후보만 있었다. 한국 언론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섯 후보 중 네 후보는 세월호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돼 있었다고 한다. 이준식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울려준 경종에 비춰봐서, 세월호 관련 후보에게 본상을 주는 데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며 “가족대책위는 유가족인 동시에 시민으로 행동하며 한국 언론을 바꿀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를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18일 제16회 민주언론시민상을 수상한 4·16 가족대책위원회의 김성실 부위원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 학생 어머니 김성실 씨가 가족대책위를 대표해 수상소감을 전했다. “사고 전에는 기레기라는 말도 몰랐다”는 김성실 씨는 “참사 과정에서 언론의 횡포는 많았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결국 1인 언론의 역할밖에 없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매일 전국 5~15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50여명의 엄마아빠들이 날마다 발로 뛰고 있는 것.

김성실 씨는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희는 궁금하다. 진실이 궁금하다. 왜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지금까지 정부는 답이 없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저희는 매일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며 “30년 이상을 저희보다 앞서 싸워온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울산저널> 이정호 편집국장은 “프랑스 말 중 ‘똘레랑스’가 국내에서는 ‘관용’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원래는 ‘소수자 의견 존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울산저널>은 변방에 있는 조그마한 신문이지만 소수자 의견 계속 존중하면서 오래 뿌리내리고 살아가려고 버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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