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경기는 OK저축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시몬(27)의 충격적 신고식 무대였다.

시몬은 이날 59.65%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로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43득점을 기록하며 OK저축은행에게 3-1 홈 개막전 승리를 안겼다.

특히 시몬은 이날 후위공격 13점, 서브에이스 6점, 블로킹 3점을 기록,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블로킹, 서브, 후위공격 득점 각 3개 이상)까지 달성했다.

시몬이 이와 같은 충격적인 V리그 데뷔전을 치른 반면 지난 시즌까지 V리그 사상 첫 두 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삼성화재의 7년 연속 V리그 제패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레안드로레이바마르티네스(등록명레오)는 26득점에 공격 성공률 45.28%에 그치며 한순간 애송이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경기. OK저축은행 시몬이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초반 시몬이나 레오 모두 체력과 기술 모두 정상적인 상태에서 맞붙었던 경기임에도 시몬에게 완패를 당했다는 점에서, 레오의 두 어깨에 8년 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팀의 운명을 맡긴 삼성화재 팀 전체에게 전해진 충격파는 대단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넷 공간도 난리가 났다. 시몬의 이름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은 물론 관련 기사 댓글란에는 시몬의 등장에 놀라움을 나타내는 누리꾼들의 댓글로 넘쳐났다.

이날 활약으로 시몬은 ‘괴물’을 넘어 ‘마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줘도 좋을 만한 선수라는 점이 증명됐다.

세계 배구 최강국 가운데 하나인 쿠바 국가대표 출신인 시몬은 키 206㎝의 장신으로 국제배구계에서 센터 랭킹 1, 2위를 다투는 선수로 이탈리아리그 피아젠차에서도 센터로 뛰었지만, 소위 ‘몰빵배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외국인 선수의 득점 비중이 높은 V리그 무대에 데뷔하는 그에게 OK저축은행은 기존의 센터 포지션 대신 라이트 공격수 포지션을 맡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몬이 V리그에서는 포지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원래 자신이 가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하지만 시몬은 V리그 데뷔전에서 그와 같은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경기. OK저축은행 시몬이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몬은 한 마디로 배구라는 스포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중시하는 한국의 배구문화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선수였다.

라이트 포지션에서는 우선 고무공 같은 탄력을 바탕으로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타점 높은 강타가 일품이었고, 공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강타와 연타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았다. 원래 자신의 포지션인 센터의 위치에서는 세계랭킹 정상급의 속공과 블로킹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상대 진영 구석구석 빈 공간을 찾아내는 폭넓은 시야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고, 강력함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대 진영 엔드라인 깊숙한 곳을 찌르면서도 범실이 적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스파이크 서브 역시 세계 최고 클래스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몬이 시즌 막판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낼 것으로 지적하는 한편 다른 팀들이 시몬을 철저하게 분석해 약점을 파고들 경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젊은 패기를 앞세운 OK저축은행이 지난 시즌 보여준 실력을 떠올려 보면 그런 지적 역시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과 시몬 ⓒ연합뉴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은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경험부족으로 역전패를 당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통해 시즌 막판에는 프로팀으로서 다른 선배팀들과 겨루어 전혀 손색없는 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런 젊은 팀에 시몬과 같은 최고의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가세했다는 것은 곧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V리그 우승경쟁에 뛰어들 만한 수준의 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OK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세진 감독에게도 시몬은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마왕’시몬이 OK저축은행을 올 시즌 V리그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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