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매일 밤마다 문자메시지(SMS)가 빗발친다. KT 현 경영진에 대한 비리의혹이다. 지난밤에만 해도 KT에 대한 검찰의 긴급 압수수색이 주요 화두였다. ‘밤에 들이닥친다’ ‘아니다. 새벽에 들이닥친다’…. 구구한 첩보들이 통신계 주변을 발갛게 달궜다.

▲ KT 남중수 사장ⓒwww.jsnam.pe.kr

이미 몇 달 전부터 끊이지 않고 밤거리를 유령처럼 배회하는 KT 사장 남중수에 대한 비리의혹은 KTF 사장 조영주의 구속으로 더 확산되어 왔다. 왜 이런 첩보성 유령정보들이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을까? 몇 가지 짚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KT사장 밀어내기 시도가 존재한다는 것. KBS 사장 정연주를 해임하기 위해서 그들은 봄부터 그렇게 울어댔다. 정연주 개인비리를 샅샅이 추적했고, KBS사장 관련 법률을 있는 대로 검색·검토했다. 하지만 개인비리를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전혀 엉뚱한 감사원의 해임요청이라는 초법적 절차를 근거로 해임하는 데까지 질주했다. 방송계의 맏형 KBS를 장악하기 위한 현 정권의 ‘지난한 노력’, ‘야비한 탈법’의 결과였다.

지금 KT 사장 남중수도, 그간 각종 보도를 보건대,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사장을 처음 했고, 연임한 것도 노 정권 하에서였다. 이런 연유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든 없든 남중수는 노무현의 사람으로 찍혔을 것이고, 이런 남중수에게 통신계의 맏형 KT를 맡겨 둘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신계 출신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들’과 더불어 직·간접적으로 도움 받은 많은 이들이 당연히 통신계 진입을 위해서 줄을 서 있을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법한 내용이다.

사장 한 명의 교체는 기업에서는 경영진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자리가 생기고 수많은 공신들이 ‘혜택’을 입게 된다. 자회사 사장 자리만 28개다. 여기에 덤으로 청와대 등 권부의 친인척들과 지인들이 전화 한 통으로 줄줄이 KT에 입성할 수도 있다. 취업청탁의 황금어장이다.

KT는 기획재정부가 ‘기획’하는 공기업 선진화 대상도 아니고, KBS처럼 대통령이 초법적 해임권한을 갖고 있다고 ‘자랑’할 만한 회사도 아니다. KT는 사기업이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 차기 사장의 명단이 솔솔 흘러나온다. 언론사의 추측보도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정황이 구체적이다. 현 정권에서 언론에다 흘리고, 그 반응을 떠보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는 의구심이 물컥물컥 이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KT는 사기업이고, 이사진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에서 경영진 교체와 새 사장 명단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KT의 한계이자 불행이다. 아니 KT뿐만 아니라 통신계의 한계이자 불행이라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한국의 통신산업은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정부주도의 산업이며, 정부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정책적 수단을 통해서 얼마든지 죽일 수 있고, 키우고자 마음을 먹으면 각 영역에서 언제든지 경쟁사를 제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압박하면 사기업의 이사에서부터 사장과 경영진까지 언제든지 장악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현 정권은 정책적 보복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비리에 집착할까? 그것은 두 가지의 이유를 상정할 수 있다. 하나는 정책적 보복을 구사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단 한 번 시행하면 KT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을 법하다. 또 하나는 여론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사기업의 경영진을 장악하려고 뻔히 보이는 정책적 보복을 가하는 정권이라는 비판이 그것인데, KBS 사장 해임과 새 사장 지명처럼 여론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반드시 돌파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비리는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비정치적 영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기업 KT사장을 교체하는데 훨씬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 터. 그래서 검찰을 이용해 개인비리에 집착하는 것일 수 있다.

문제는 현 정권의 태도다. 결코 그들은 KT 경영진의 전폭적인 교체 기도를 확인해 주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위의 분석을 ‘소설’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 정권이 끊임없이 KT 경영진을 집적거려온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의 해법은 명확해진다. KT 사장 남중수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밝힐 것이 있으면 밝히고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한다. 장막 뒤에서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보다 국민들을 향해 무고함을 주장해야 한다. 아니면 고해성사를 하고 자진 퇴진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KT의 전체 구성원들은 불안해지고 각종 첩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매출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고용불안이 가중될 수도 있다. 공은 이제 남중수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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