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다보면 어느 때는 돌하고만 만나고, 어느 때는 나무하고만 만나고, 또 어느 때는 흙하고만 만납니다. 그러다보면 신기하게도 집이 되어갑니다.

며칠째 돌하고만 만나고 있습니다. 둥그스름한 돌, 세모난 돌, 네모난 돌, 큰 돌, 작은 돌…. 여기저기에서 지게로 돌을 나르고 날라진 돌을 쌓고 아내와 여러날 하다보니 돌벽이 만들어졌습니다. 돌로 하는 일은 손목과 허리에 많은 무리를 주어서 천천히 한다고 했는데도 허리가 무겁고 뻐근합니다.

힘에 부치는 돌 일을 하다보면 기계로 쌓는 손쉬운 방법이 생각납니다. 기계로 쌓는다면 하루도 걸리지 않을 손쉬운 일을 우리는 몇날 며칠 하고 또 합니다. 기계가 들어오지 못하는 조건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하기에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무거운 돌을 지어 나르고 들어 쌓습니다.


돈과 기계에 기대지 않고 집을 짓거나 살아가려면 자연을 온전히 만나야 합니다. 온전히 만난다는건 필요한 것을 자연에서 구해야 한다는 것만 뜻하지는 않습니다. 버리는 것이 없는 만남입니다. 크든 작든 네모나든 둥글든 모이면 돌벽이 되고 돌벽에 쓰이지 않는 돌들은 쓸모가 없는 돌들이 아니라 또다른 자리에서 쓸모가 됩니다. 땅위에 뒹굴어도 버려지는 것이 아닌 제자리가 되는 쓰임새가 자연의 이치일지 모릅니다. 돈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몸이 조금 고되지만 모든 것이 고맙고 소중함을 알아가는 중요한 일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이 몸으로 할 일을 많은 부분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합니다. 기계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더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돌과 며칠 만나다 보니 사람들이 할 일을 기계가 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전보다 더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돌과 만난 며칠이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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