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대한 해체와 더불어 민영미디어렙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역방송 구성원들은 애가 탄다. 지역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 기본적인 대안마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재원의 90%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코바코 체제가 뿌리째 뽑히는 모습을, 두 눈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자니….

애가 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까맣게 숯이 된 지역방송·종교방송 관계자들의 분노를 접하자니 보는 이도 힘들고 어려워, 눈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왜 이럴까? 예상치 못했던 빠른 속도로 코바코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정병국을 비롯한 일부 주도세력들. 이들은 왜 이렇게 코바코를 향해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가?

단순하다. MBC에 대한 적대감이다. 지역방송이고 종교방송이고 고려할 겨를 없이 오로지 번득거리는 눈빛으로 MBC만 잡겠다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을 눈앞에 둔 깡패근성으로 ‘돌격! 앞으로’만 외쳐 대고 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여의도통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MBC를 향해 협박성 발언을 거침없이 해 버린다. “제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기획재정부 발표에 포함된 것이 사실이냐”는 민주당 의원 최문순 질의에 “그렇다”고 답한 것이 그것이다.

제한경쟁시스템 도입은 어떤 의미이기에 이것이 유인촌이 MBC에 가하는 협박성 발언인가?

그것은 바로 코바코를 공영미디어렙 하나와 민영미디어렙 하나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냐면 KBS와 EBS는 공영미디어렙을 통해서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하고, SBS는 민영미디어렙이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된다. 그러면 MBC는?

지역방송·종교방송의 생존의 문제에 대해서 터럭만큼의 관심도 없는 이들이 오로지 MBC만을 노리고 밀어붙이고 있는 코바코 해체 수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한나라당 의원 정병국의 지난 1년 이상 되풀이된 발언 속에 있는데, 바로 ‘MBC가 공영방송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민영방송으로 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이라는 수단으로 MBC를 사유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한나라당 의원 정병국 등 여당과 정부의 단순한 발언으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문화부 제2차관 신재민이 툭툭 던진 발언들이 어떻게 현실화되어 갔는지를 그동안 똑똑히 봐왔기 때문에 이들의 시나리오에 의한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서 그 노림수를 정확히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코바코 해체와 공·민영 미디어렙으로 전환되었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즉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MBC를 향해서, ‘공영미디어렙으로 갈래? 민영미디어렙으로 갈래? 둘 중 하나를 MBC 스스로 선택해라!’고 선전포고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즉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MBC 사영화 또는 사유화를 위한 직접 공격보다는 우회 공격을 택한 것이다. 직접 공격은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을 통해 MBC를 공영방송 범주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법이고, 우회 공격은 코바코를 해체하고 공·민영미디어렙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공영방송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작전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공적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MBC는 선뜻 공영미디어렙으로 가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민영미디어렙을 선택함으로써 사유화되는 길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둘 중 하나의 길을 강제당함으로써,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또 다른 문제는 MBC 내부의 직종에 따라 격심한 분열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간방송을 통한 공영방송 범주에서 MBC 제외 기도는 대체로 MBC의 일치단결된 저항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코바코 해체에 대해서는 MBC 내부에서 직종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MBC의 이런 상황을 노리고 MBC를 향해서 시한폭탄을 던진 것이다.

해결책은 단 하나다. 선택의 기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떻게? 그것은 MBC 구성원들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지역방송·종교방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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