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처럼 휜 허리에 거북목. 기자의 모습이다. 목이 ㄱ자로 꺾인 채 장시간 통화를 하면 몇 번 머리통을 돌려도 기분이 찝찝하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에 가도 물찬 연골이 기자를 괴롭힌다. 취재원과 술이라도 한 잔 들이킨 다음 날이면 숙취에 기사도 잘 써지지가 않는다. 일부 동료들은 근처 사우나를 권하지만 효과는 잠깐이다.

저질체력의 위력은 불금에 나온다. 오랜만에 애인과 데이트를 해도, 친구들과 만나도 버티지 못한다. 주말 내내 쉬었지만 몸에 쌓인 피로는 그대로다. 일부 건강한(?) 동료가 추천한 드라마, 영화를 보다가도 픽픽 쓰러진다. ‘다음 주말에는 꼭 운동해야지’ 다짐하지만 몸은 이미 망가졌다. 러닝머신 스피드를 한 단계 올리는 것마저 두렵다.

눈치 보느라 병원도 못 가고 잔업을 하는 직장인을 위한 만화책이 나왔다. 제목은 <마이아파>.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물리치료 전문만화’다. 물리치료와 만화창작을 전공한 만화가 임성훈의 작품이다. 이 만화를 보면 거북목, 어깨 결림, 손가락 관절염, 허리통증은 물론 장시간 화투로 아픈 좌골과 하이힐의 역습을 피할 수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수상한 자세와 특유의 업무환경 탓에 생긴 증상, 어지관한 관절과 근육 통증은 집에 있는 수건, 테니스공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 찜질만 제대로 하고, 테이핑하는 방법과 아픈 부위에 맞는 스트레칭 방법만 알아도 ‘건강’에 다가갈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목욕탕은 세계 최고의 수치료 센터다.

▲만화 <마이아파> 1화 경추성 두통 중.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화를 오래 하는 직장인이라면 목과 머리가 동시에 아픈 ‘경추성 두통’에 취약하다. 알다시피 어지간한 어깨결림은 등세모근(승모근) 중 가장 두꺼운 부분(근복)을 손끝으로 쥐어짜주면 통증이 빨리 가라앉는다. 둥글게 만 수건이나 테니스공 2개를 양말에 넣고 뒤통수뼈와 목뼈 사이에 두면 목근육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날개뼈 안쪽 마른근(능형근) 등 근육에 피로가 쌓이면 담에 걸린다. 그래도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일단 핫팩이나 수건을 데워 20분 정도 찜짐을 하면 된다. 담에 걸리면 일을 쉬는 게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테니스공 하나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아픈 부위에 깔고 누워 몸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자가치료를 하면 된다.

기자는 물론 제조업 노동자들이 쉽게 노출되는 손목 및 손가락 통증. 여기에는 파라핀 치료(초를 녹인 물을 이용한 온열치료)가 효과적이다. 시중에서 7~8만 원 하는 기계도 있지만 기계 없이도 집에서 할 수 있다. 적당한 온도의 뜨거운 물을 만든 뒤, 이를 깊이가 있는 대야나 냄비에 옮긴다. 그리고 아픈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20분이다.

가방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직장인(과 학생)이 많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을 귀에 붙여보자. 만약 한쪽 팔이 바닥에 떠 있다면 자세 불량으로 등근육이 수축돼 어깨가 내려간 것. 이럴 때는 척추 교정과 함께 짧아진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늘려야 한다. 양반다리, 다리꼬기 시 윗다리를 반대로 바꾸고 생활 패턴을 반대로 바꾸는 게 해법이다.

일하다가 허리가 삐끗한 사람이 많다. 물리치료 환자의 60~70%가 요통이라고 한다. 우리는 “운동하기 귀찮아서 안 하다 아프면 다시 병원에 찾아와서 진통제 맞거나 물리치료” 받기를 반복한다. 짜릿한 물리치료로는 완치가 안 되는 게 허리통증이다. 서서, 누워서,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서, 심지어 자면서도 허리운동을 할 수 있다.

▲만화 <마이아파> 1화 경추성 두통 중.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일 년에 가장 오랫동안 양반다리를 할 명절 화투판. 좌골신경통이 올 때가 있다. 궁둥구멍근(이상근)이 뭉쳤거나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이다. 이 근육은 깊숙한 곳에 있어 마사지가 힘들다. 집에서는 테이핑, 테니스공 마사지가 좋다. 화투판에 방석은 필수다. 언제 어디서든 무릎을 골반보다 아래 둬야 하는 게 중요하다.

하이힐을 신는 사람은 발목을 삐거나 엄지발가락이 휘거나(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에 걸리기 쉽다. 급성염좌에는 일단 냉찜질이 좋다(3일차부터는 온찜질). 냉장고 각얼음과 얼린 수건으로 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교정기로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족저근막염은 바닥에 골프공을 놓고 발로 문지르면 좋다.

마지막으로 목욕탕 재활법이다. 뼈가 완전히 붙으면 다치기 전의 운동각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 목욕탕은 재활시설로 제격이다. 온탕은 근육 이완, 냉탕은 혈관 수축에 좋다. ‘온탕 5분-냉탕 3분’을 5차례 정도 반복하고, 물기둥을 이용해 ‘스코치식 압주욕’(온수 1분-냉수 10초 이내, 5회 반복)을 하자. 습·건식 사우나도 좋다.

물리치료사인 임성훈 작가와 동신대 강다행 교수(물리치료학)은 가장 평범한 직업병을 설명하고, 스트레칭과 테이핑법 등 자가치료법을 알려준다. 무릎 연골을 잘라내고, 거북목에 허리가 굽고, 때로는 손가락과 손목이 저릿저릿한 기자에게는 좋은 지침서다. <마이아파>는 여러 직종, 평범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일독을 권한다.

▲만화 <마이아파> 1화 경추성 두통 중.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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