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영 및 관리에 깊숙이 개입해왔다고 폭로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5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에서 발견된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한 결과 국정원 관련 문건이 발견됐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해당 노트북은 2개월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발견된 것으로 그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이 노트북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한 바 있다.

대책위는 이날 복원된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2013년 2월 27일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이란 제목으로 100여건의 작업내용 및 작업자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으며 국정원이 세월호의 첫 출항일인 2013년 3월 15일로부터 보름 전에 직접 이 같은 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가 25일 오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 관리 등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지적사항 문건. (연합뉴스)

해당 문건에는 천정 칸막이 설치 및 도색, 자판기 설치, 분리수거함 위치 선정, 바닥 타일 교체, CCTV 설치 및 위치 선정 등이 상세하게 나타나있다. 대책위 측은 이에 대해 “세월호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들”이라고 주장하며 “문건엔 국정원이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와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정부는 지금까지 세월호 증·개축을 유병언이 지시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실소유주라고 주장해 왔다”면서 “세월호에 이렇게 깊숙이 관여하고 지시한 것을 볼 때 국정원이 실소유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의 침몰에 국정원의 책임이 상당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2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세월호를 국가보호장비로 지정했고, 세월호 선체관리에 대한 100여가지 사항을 지적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세월호가 안전수칙을 위반해 출항하고 복원성 상실로 침몰함에 있어 국가정보원의 책임소재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진상규명과제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지적사항은 샤워실 거울, 조리실 출입문 손잡이 등 시시콜콜한 선체시설부터 구명동의 착용법 안내문구, 안내방송 멘트 준비와 같은 유사시 안전 확보와 관련된 사항까지 망라했다”면서 “지적사항은 세월호 첫 출항 2주 전인 지난해 2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세월호 증개축 이후 진행된 한국선급의 선박검사 한 달 뒤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국가보호장비를 점검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상당한 수준까지 세월호의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정원 측은 “옛 국토해양부의 요청으로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해 보안측정을 진행한 것”이라면서 “세월호 증개축과 국정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측은 가족대책위가 공개한 문건에 등장하는 ‘작업내용’ 중 상당 부분이 국정원의 보안측정 대상이 아니며 국정원은 관계 법령에 따라 선박ㆍ항공기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시 전쟁ㆍ테러 등에 대비해 보안측정을 실시하지만 이는 선박의 복원력이나 안전문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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