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다시 무산됐다.

방통위는 9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지하 2층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또 다시 절차상의 문제가 불거져 무산됐다. 지난 8월14일 방통위 공청회 무산 이유도 방통위원 불참, 패널 선정의 편향성 등 절차상의 문제였다.

이날 공청회 시작에 앞서 방청객들은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보고되고 이미 추진하기로 결정된 사항을 공청회에 부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이미 다 결정해놓고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를 여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다.

▲ 9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방송통신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전국언론노조 등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뒤의 공청회는 요식행위”라며 ‘공청회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안현우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한 대기업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하고 난 후 진행하는 공청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공청회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한 방청객은 “지난 번 공청회가 무산되자 방통위 김성규 과장이 1, 2, 3차 공청회와 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해 논리를 준비해왔는데 대통령 업무보고로 소용없게 됐다”며 “방통위가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따졌다. 방통위는 2, 3차 공청회와 토론회를 계획하지 않았으며, 전체회의 의결 등의 계획만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자로 나선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는 “중립적으로, 원칙적으로 운영해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아직 심의 의결된 사항이 아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공청회를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발제자인 김성규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은 “대기업의 자본 유입 조건을 자산규모 3조원에서 10조원로 완화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중요 목표인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1시간가량 공청회 진행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끝에 결국 사회자가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를 거쳐 공청회 무산이 선언됐다.

유의선 교수는 “학자로서 상당한 비애를 느낀다. 절차가 있고 합리적인 과정이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무산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최상재 위원장은 “절차상 하자가 분명히 있고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며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방송정책을 진행하려는 것에 대해 학계가 목소리를 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음 공청회 여부에 대해 방통위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청회에 앞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방송장악 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언론노조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PP를 허용하고 케이블 SO를 위해서는 큰 특혜를 베풀면서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지역의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며 “오늘 공청회는 원천무효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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