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가장 객관적이고 괜찮았다’고 치켜세웠다.

19일 오후 3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MBC 기자들이 ‘보도참사’라고까지 말했던 MBC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보도 책임자의 해명을 듣는 자리였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지난달 8일 이사회에서부터 이진숙 보도본부장을 불러 의견을 듣자고 주장했고, 지난달 15일 이사회에서 이 본부장의 출석이 정해졌다.

▲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MBC '이브닝 뉴스'는 세월호 선박과 탑승 승객의 보험금을 계산하는 보도를 했다.

MBC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MBC 기자들의 보고를 무시하고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냈다. 선박과 승객이 가입한 보험금 액수를 계산하는가 하면(4월 16일), 민간 잠수사의 죽음이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조급증’ 때문이라는 리포트(5월 7일) 등을 내보내 MBC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 관련기사 : <세월호 침몰, 언론의 실패...다시는 작성되지 말아야 할 뉴스 7선> / <일베적 감수성 MBC, "조급증 걸린 사회, 잠수부 떠밀었다"> / <“세월호 희생자들이여, 저희를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

MBC기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등은 이를 ‘보도참사’라고 규정하고 ‘죄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사측은 사과는커녕, 자사 보도를 지적한 기자들을 부당전보 시켰고 5월 7일 리포트를 동기 카카오톡방에 올렸다는 이유로 신지영 기자를 징계하는 강수를 뒀다. (▷ 관련기사 : <막장 MBC, ‘세월호 보도 비판’ 기자들 ‘부당전보’> / <걸리면 징계하는 MBC, 리포트 알렸다고 ‘정직 1개월’> / <‘엠병신 PD입니다’ MBC 권성민 예능PD, ‘정직 6개월’>)

그런데도 여권이사들은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가 가장 나았다고 칭찬했다. 한 여권이사는 “요번에 그래도 MBC가 가장 괜찮았다”고 말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해서 가장 돋보였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방문진 감사 역시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잘해서 1등 방송을 만들었다”고 거들었다.

이진숙 보도본부장 역시 세월호 보도 전반에 대한 비판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진숙 본부장은 “속보 경쟁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오보에 대한 잘못은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MBC가 (세월호 관련해) 굉장히 여러 아이템을 많이 했는데, 그 아이템들에 대한 얘기는 안 하고 계속 이 아이템(박상후 전국부장의 ‘조급증’ 리포트)에 대해서만 너무 말이 많이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는 맹골수도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다 사망한 민간잠수부 이광욱 씨의 사연을 전하며 “(이광욱 잠수부는)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MBC가 해경이나 정부 잘못을 검증하려는 노력을 했느냐는 지적에는 “권력을 비판하는 것만이 공정보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서 가장 잘못한 것은 청해진 해운이라며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다.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가 없었으니 잘했다고 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이사들은 “왜 무슨 일만 생기면 정부의 책임이라 하느냐”며 “피해자의 입장을 부각시켜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제적 기준”이라며 이진숙 본부장을 감싸기 바빴다. 또한 “해경이 수십 명을 구했는데 왜 한 명도 못 구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렇게 따지면 화재 현장에서 사람 못 구하는 소방관들 다 해고하고 조직을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MBC는 지난 2일 ‘조급증 리포트’를 동기들의 카카오톡 방에 올려 취업규칙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신지영 기자에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엠빙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권성민 PD는 재심까지 갔으나 정직 6개월의 중징계가 확정됐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우수한 인력을 제자리에 배치하지 않고 징계만 한다면 어떻게 회사를 이끌 것인지 묻자, 이진숙 본부장은 “사측 방침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들을 모두 징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사람(신지영 기자, 권성민 PD)은 사규를 위반해서 징계한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이사들, KBS의 문창극 망언 보도 ‘폄훼’

19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여권이사들은 최근의 보도 흐름에 대해 얘기하다,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발언을 전한 KBS 보도를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한 야권이사에 따르면 여권이사들은 “설교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끝까지 다 보면 문창극의 애국심을 알고도 남는데 저렇게 편집해서 거짓을 방송하는 KBS 선동에 속은 국민이 불쌍하다”며 “MBC는 왜 그걸 바로잡는 보도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청문회는 그간 잘못 가르친 역사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 테니 반드시 열려야 한다”, “좌파들의 거짓을 낱낱이 까발릴 호기다”, “문창극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의 싸움에서 이기자”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권이사들의 의중을 읽었는지 MBC는 20일 밤 <긴급 대담 :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편성해 2시간 30분 가량 방송했다. MBC는 “시청자의 정확한 판단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문창극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 전체를 방송한다”며 프로그램의 의도를 밝힌 바 있다. (▷ 관련기사 : <MBC, 문창극 동영상 전체 공개…‘전파낭비’ 논란>)

이날 방송에서 사회를 맡은 김상운 MBC 논설실장은 대담 도중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은 것과 동영상을 보고 나서 자신의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고 발언하거나, 패널들에게도 “언론 보도로 나간 것과 강연 풀영상을 보고 어떤 괴리가 있었나”라고 묻는 등 다소 편향적인 진행을 했다. 공영방송 MBC에서 총리 후보자의 논란성 발언 동영상 전체를 트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전파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20일 밤 9시 55분부터 방송된 MBC '긴급대담 :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에서 사회를 맡은 김상운 논설실장은 “언론 보도로 나간 것과 강연 풀영상을 보고 어떤 괴리가 있었나”등의 질문을 하는 등 다소 편향으로 진행을 해 나갔다.

한 야권이사는 “아직 안건지가 오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어제(20일) 갑자기 편성된 <긴급대담>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방문진은 오는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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