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선 오는 9월5일부터 올해 7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66일간 열린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추진과 함께 광주를 ‘문화의 도시’라고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행사다.
행사를 목전에 두고 주최측인 (재)광주비엔날레의 행보는 더없이 바빠지고 있다. 얼마 전엔 배우 최수종․하희라 부부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그에 앞서 지난 4월부턴 유럽, 미국, 일본 등을 돌며 해외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신정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뒤여서, 그 성패여부에 관심이 적지 않다. 그 사건 후 광주비엔날레에는 거센 ‘개혁’요구가 일었고, 재단이사진 전원사퇴와 인력감축, 예산감축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 지역문화계에선 ‘개혁 하랬더니 개악했다’는 비판도 있고, 비엔날레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였던 정책실 신설의 경우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같은 노력이 외로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은 광주시장인데, 정작 요즘 광주시장이나 광주시의 관심사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재도전’이라는 망령이다. 광주시는 지난 5월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는데, 요즘 재도전을 하겠다며 밀어붙이기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유치실패에 대한 평가나, 유치의 실익에 대한 우려는 귀를 닫고 ‘앞으로’만 외치는 격이다.
이같은 망령으로 광주비엔날레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총예산 80억원 가운데, 절반은 국비지원이고 나머지의 절반은 입장료수익과 광고 및 임대수익 그리고 기업후원금으로 채워진다. 기업후원금은 11억원이 목표인데, 지난 행사보다 목표치를 절반으로 낮췄음에도 아직 6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엔날레재단 측은 “장기적으로 재단기금을 높이고 기업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일부러 목표치를 줄인 것”이라지만, 재단 기금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후원금 목표액이 줄어든 것을 ‘일부러’라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후원금 확보가 힘들어진 근본원인으로 지역 기업들의 주머니사정을 꼽는 목소리가 높다. 전에 없던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유치전에 쓰라며 광주시에 이미 지갑을 한 번 열었던 점에 주목한다. ‘유니버시아대회 재도전’을 ‘망령’으로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국제 체육행사와 미술행사는 성격부터 달라,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건설업체들의 경우,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유치된다면 체육인프라 구축 등 건설붐이 일 것을 내다보고 후원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행사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은 행사 주최측의 ‘협조요구’도 영향을 미친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한 관계자는 “광주시장이 맘만 먹으면 비엔날레 후원금 목표액을 체우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며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뒤집으면 시장이 ‘맘을 안먹고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광주시장은 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문화로 밥 먹고 살자’고 해왔다.
그러나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날린 106억원은, 비엔날레 행사를 치르는 비용(80억원)보다도 많다. 기업들은 59억원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전에 내놓았지만, 비엔날레에는 6억원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문화중심도시사업과 함께 국내외적으로 어느 때보다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광주비엔날레와 비슷한 시기에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7개 국제미술행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광주시의 시선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가 고난 끝에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행사 자체보다 자꾸 주변으로 눈길이 가는 게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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