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해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과연 법원이 법관의 양심과 증거에 의한 재판을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판사가 증거 없이 상상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17일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이석기 의원에게는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나머지 6명의 피고인에게는 징역 4~7년과 자격정지를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이 “주체사상에 입각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전시 또는 전쟁이 임박한 시기에 무력에 의한 대한민국 전복을 모의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변호를 맡은 이재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18일 아침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내란계획이 있어야 되는데 뭐 결의문 한 장도 없고, 내란계획 하나 없고, 뭐 구체적 실행계획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내란음모가 성립한다는 건지 판결문만 보더라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또 “단지 과격한 말을 했다는 것 갖고 내란모의를 인정했는데 이건 일종의 또 막걸리 내란들이 성립한 걸 인정하는 셈”이라며 “말로만, 옛날에 막걸리 국가보안법이라는 게 있지 않았냐. 말로만 내란음모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비밀결사조직’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내란을 하려면 모의를 하려면 세부적 계획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어떤 식으로 해서 내란을 하겠다는 뭐가 프로그램이 나와야되는데 그게 전혀 없다”며 “학습모임이 있었고, 130명이 모였다, 이게 그러면 RO라는 거다. 그런 논리비약이 어디 있냐”고 반박했다.

이어 “판결 자체가 과연 정부 법칙과 논리 법칙에 맞느냐의 문제인데 판결문을 보더라도 혁명조직이라고 한 게 제보자가 2003년부터 학습을 한 모임이 있었다는 것 하고 그날 130명이 모였다는 것 밖에 없고, 그날 그 녹취록상의 그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니까 준비를 그렇게 몸과 마음가짐을 해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이 RO가 언제든지 폭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판사가 증거 없이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도 17일 성명을 내어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시와 체포, 구금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가 반복 될 것”이라며 “해체와 개혁의 대상이었던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또 다른 마녀사냥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이날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사법부는 소위 '내란음모'로부터 법과 국가를 지키는 판결을 내렸다 자임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전체주의와 혐오에 내주는 판결일 뿐”이라며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판결을 내릴수록 한 사회는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온전히 사법부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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