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추억을 팔아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용어로, 말 자체의 뉘앙스로도 알 수 있듯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하다하다 오죽 할 것이 없으면 추억을 팔아 관심을 끌려고 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시간 위의 존재로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과거의 그 무엇에 약하다. 그 과거가 나와 연관된 고리를 가지는 한에서 더욱.

지난주 방영된 <1박2일>이 설날 서울의 명소를 멤버들의 과거, 그들의 아버지 세대의 시간과 아들 세대의 시간이 중첩된 장소로 만들어, 거기가 그간 다녀온 여행지 중 하나가 아니라 멤버들에게 그리고 그 방송을 본 사람들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유의 의미로 다가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1박2일>의 추억 여행은 계속됐다. 지난주 방영분이 <1박2일> 멤버 개개인의 추억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2월 16일에 방영된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을 추억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주도 이번 주도 <1박2일>이 추억을 되새기는 방식은 현재적이다.

보통의 추억팔이라 하면 '그땐 좋았지'라는 회고조가 되거나 말하는 자의 감상에 빠져 공감의 시점을 놓치기 십상이나, <1박2일>은 추억을 현재의 그 무엇처럼 불러온다. 방금 전 명동성당을 다녀왔는데, 몇십 년 전 나보다도 더 젊은 아버지가 명동성당에서 연인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은 오히려 과거가 현재인 듯 느껴진다.

마찬가지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족오락관>의 MC 허참을 모시고, 멤버들을 여성 팀과 남성팀으로 나누어 스튜디오에서 펼친 추억의 <가족오락관>은 그저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지라든가 재미있었지라는 감정을 넘어선,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정말 좋았던 그 무언가를 놓쳐버린 것 같은 아쉬움의 수위를 찰랑거리게 만든다.

특히나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몇몇 게임에서 드러난 허참의 명불허전 진행 능력은, 어떤 안타까움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최근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며 MC의 능력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 몇 마디의 말로 진행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실력을 보여준 허참은 '레전드'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삼 깨달아지게 만들었다.

요즘은 만나보기 힘든 허참이라는 명MC, 그리고 또 그만큼이나 만나보기 힘든 가족적인 오락 프로그램의 분위기에서, 정신없이 흥겹게 웃다 과거가 되어버린 어떤 정서에 문득 가슴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 오락관>이 다시 돌아와도 그 몫은 자기가 아니라는 허참의 한 마디에, 손가락 틈으로 흘러내려가는 모래처럼 잡을 수 없는 과거를 흘려보냈음을 깨닫게 된다.

묘하게도 잠시 만난 가족 오락관은 지난주 아버지와 아들이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 합성된 사진과도 닮았다. 허참이 활동하던 당시 신세대나 유망주로서 <가족 오락관>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주역이 된 프로그램에서 <가족 오락관>을 추억하는 방식은 합성된 가족사진과도 같은 감회를 불러온다. 잊고 살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렇듯이, 내 아버지 세대의 누군가도 여기 이렇게 살았었다는 박제된 추억이 아닌, 과거의 어느 공간에선가 현존재였던 추억을 존중하게 만든다.

설 특집 <1박2일>은 <1박2일>이면서도 <1박2일>답지 않았다. 어떤 장소를 찾아가 그곳에 정박된 배처럼 그 장소의 이것저것을 탐색하는 <1박2일>의 본래적 활동은 지속하되, 그것을 탐색하는 자세는 이전의 것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설날 특집 <1박2일>은 보여주었다. 그래서 시즌3에 들어 더 이상 어디 가볼 데가 있겠어가 아니라, 그 전에 가본 곳을 또 가더라도 <1박2일>이 전혀 다른 추억을 우리에게 남겨줄 것 같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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