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특종 기사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언급 부분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에 대한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YTN은 “데스킹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으나, 젊은 기자들이 성명을 내는 등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YTN 사회1부 소속 사건팀 기자 9명은 지난 10일 사내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은 ‘YTN의 성역’입니까?”라는 제목의 입장을 통해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대통령 언급 부분이 일방적으로 삭제되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기자들은 해당 리포트에 대해 수차례 수정 지시를 내린 이홍렬 보도국장 등을 언급하며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YTN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 화면 캡처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이어 지난 2007년에 입사한 11기 취재기자, 촬영기자들도 13일 성명을 내어 “YTN의 심장을 도려내놓고 설명이 없다. 당당하게 후배 기사를 난도질했으니, 그토록 강조하던 데스크권을 당당히 짓밟았으니, 이제는 당당하게 설명하라”며 “후배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은 “YTN을 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분노와 실망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며 “이런 식으로 언로를 막고, 입맛에 맞는 말과 행동만 원한다면 권위는커녕, 선배로서의 자격도 잃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장을 지냈던 김종욱 기자도 지난 12일 사내게시판에 “세상이 아무리 막 나가고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강심장을 갖고 있더라도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인데, 아주 형식적으로나마 최소한의 염치를 차리는 모양새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며 이홍렬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 김종욱 기자의 글은 사내게시판에서 볼 수 없다. YTN은 해당 글에 대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라는 이유를 들어 차단했다.

YTN, 논란에도 이홍렬 보도국장 유임

노조에 이어 젊은기자들이 성명을 내는 등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YTN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YTN은 13일 실·국장 인사 발령을 냈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이홍렬 보도국장에 대해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YTN노조는 당장 이홍렬 보도국장 유임을 매우 중대한 사태로 규정,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집행부 회의를 오는 17일 진행한다.

YTN노조는 이홍렬 보도국장 유임에 대해 “이는 현 경영진이야말로 YTN 보도를 청와대에 헌납하는 세력임을 자인하는 것으로서 앞으로도 YTN을 확실한 정권 보위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파렴치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언론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다수 구성원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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