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기사 수정]

MBC 신임 사장 공모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MBC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 자리에 ‘누가’ 올 것인지에 대한 관측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2일 오후까지 MBC 신임 사장 후보 공모를 진행한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17일 지원자 가운데서 최종 후보군을 압축해 21일 이사회에서 최종 MBC 사장 후보를 확정, 이후 정수장학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17일 이사회에서 차기 MBC 사장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후 5시 현재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들은 김영희 전 한국PD연합회장, 김종국 현 MBC 사장,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상로 iMBC 이사,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전영배 MBC C&I 사장, 정준 전 제주MBC 사장, 정흥보 전 춘천MBC사장, 최명길 전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 최형무 전 MBC 기자, 하동근 전 iMBC 대표이사 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등 13명이다.

▲ 이진숙 MBC 워싱턴지사장과 김종국 MBC 사장(연합뉴스)
김종국 연임 기류 ‘이상’

MBC 사장 공모에서 주목할 만한 것 가운데 하나는 김종국 사장의 연임 여부다. 김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 공모 일정을 확정하자마자 가장 먼저 사장에 공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의 연임 기류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점점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방송문화진흥회가 김 사장을 사실상 ‘불신임’ 하고 있다는 정황은 여럿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20일 대구MBC 사장 선임 안건이 MBC 사장 선임 이후로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송문화진흥회를 방문했다가 뒤늦게 이를 인지, 머쓱하게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당시 김 사장은 “대구MBC 사장 선임 안건을 받지 않으면 자신을 불신임 하는 걸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이사들은 회의 안건을 받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김 사장은 신임 사장 공모에 앞서 방송문화진흥회에 공모 자체를 내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방송문화진흥회는 예정대로 공모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룬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갑작스럽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가, 인사위원회 개최 하루 직전 돌연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와 관련해 MBC는 ‘의결 정족수’를 이유로 들었지만, 내부에서는 “연임을 앞두고 보여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준비했다가 주말 사이 자신의 연임 기류에 이상이 생기자 다음 사장에게 미루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진숙, 차기 사장 후보로 급부상?

김종국 사장의 연임 기류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의 행보와 연결돼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던 이진숙 지사장은 오는 21일까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21일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최종 사장 후보를 확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진숙 지사장이 차기 사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MBC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월 김종국 사장이 제안한 대구MBC 사장 자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차기 사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진숙 지사장이 ‘정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 주요 보직에 여성이 임명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특히 지난해 5월 KBS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이 부사장이 임명되는 사례에 비춰 정권이 ‘사상 첫 방송사 여성 사장’ 프레임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MBC 구성원들은 사장 후보군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이진숙 지사장이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문화진흥회 뿐 아니라 감사원, 검찰에서조차 문제였다고 인정한 김재철 전 사장의 행보를 적극 대변했던 과거 행보에 대한 아무런 반성없이 차기 사장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크다.

이진숙 지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재직할 당시 홍보국장을 맡으면서 김 사장의 행보를 적극 대변하고 두둔하는 행보를 보여 MBC 기자회가 긴급총회를 열어 기자회에서 제명하는 등 구성원들과 큰 갈등을 빚어온 인물이다. 또, 김재철 당시 사장이 4백여명이 넘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가압류, 명예훼손 형사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때마다 MBC특보,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김 사장의 행보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현재, 이진숙 지사장은 <미디어스>를 포함한 언론들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고 있다. 이 지사장은 현재 가까운 지인들의 전화조차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당시 주요 보직을 차지했던 간부들이 신임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밝혔다.

박재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은 “(거론되고 있는) 이진숙 지사장 말고도 전영배 MBC C&I 사장,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등 김재철 사장 당시 (간부를 했던 인물들은) MBC를 거의 20년 후퇴 시켰던 인물들로 사장 공모에 나선 게 어처구니가 없다”며 “본인이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정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낙하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자체가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분들이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MBC는 다시 격랑으로 치닫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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