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따른 경찰수 증원을 비판하는 특종 기사에 대해 수차례 수정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을 아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에서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드러났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YTN 사회1부 소속 사건팀 기자 9명은 10일 사내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은 ‘YTN의 성역’입니까?”라는 제목의 입장을 통해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가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 YTN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 화면 캡처

기자들에 따르면, 대통령 공약에 따른 경찰의 무대책 증원을 비판하는 해당 리포트는 20여일 전 취재, 제작을 마쳐 당초 지난 1월20일 방송 예정이었다. 그러나 특종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 동안 해당 기자는 방송을 앞두고 “기사의 가치도 없고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의 입장도 반영하라는 추가 취재 지시를 받았고, 이례적으로 3번의 데스킹 과정과 3번의 재제작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최종 방송분에서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 모두 빠졌으며, 보도국장과 사회1부장의 논의 과정에서 기사가 대폭 수정돼 최종 확정이 이뤄진 뒤에도 제목과 엥커멘트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결과에 대한 원인인 대통령 공약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경찰이 왜 충분한 사전 준비도 없이 인력 증원에 나섰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상태로 나갔다는 게 기자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당초 1월19일 사회1부장이 승인한 기사의 앵커 멘트 “오늘은 대통령 공약에 급급해 뚜렷한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인원만 뽑는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고발합니다”라는 부분은 보도국장의 지시로 “오늘은 확실한 준비없이 인원만 늘려 뽑은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고발합니다”로 수정됐다.

또, 2012년 10월 “5년간 4천 명씩 2만 명을 증원해서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를 선진국 수준인….”이라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녹취는 아예 빠졌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곧바로 현장에 반영됐습니다”라는 부분은 “경찰 증원 공약은 곧바로 현장에 반영됐습니다”고 수정됐다.

이와 관련해 YTN 사건팀 기자들은 입장을 통해 “이번 기사는 기초연금 사태 등과 관련한 대통령 공약 후퇴 논란이 아닌 대통령은 공약 준수 의지가 있고, 경찰이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 정책적 한계를 짚어주는 단순한 비판성 기사”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기사가 마구잡이로 수정된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박’자도, 대통령의 ‘대’자도 쓰지 못하는 언론사가 과연 종편, 또 다른 뉴스채널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냐”면서 “YTN 사건팀 기자들은 삼성이나 현대의 오너에 충성하는 직원이 아니다. 20년이 넘는 한국의 뉴스채널 YTN은 역량과 자신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YTN노조 “멋대로 ‘팩트’를 지우고 ‘대통령’을 가려” 비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도 11일 성명을 내어 “방송을 하루 앞둔 저녁, 이홍렬 보도국장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사회1부장이 직접 앵커멘트와 제목을 수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공약 부분이 사라지고 기사의 맥락마저 어색해진 채 방송되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확인된 팩트와 녹취를 없애버리는 것이 보강취재인가. 이 무슨 만행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또 “권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제작까지 완료된 기사에서 멋대로 ‘팩트’를 지우고 ‘대통령’을 가린 행위는 기자정신은 물론 YTN 윤리강령과 공정방송협약, 나아가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YTN을 ‘정권 보위 방송’으로 타락시킨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YTN노조는 해당 리포트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오는 20일 이후 회사 쪽에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YTN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내어 “해당 기사는 보도국장이 담당부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승인, 방송한 기사”라면서 “이런 과정은 모든 언론사의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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