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에게 47여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내년에 셋째를 나을 생각을 하니 깝깝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여 봤더니 4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구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7,000원부터 내 주실 수 있나요.”

2013년 12월, <시사IN> 이숙이 편집국장 앞으로 4만7천원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지난해 11월29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이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노조 쪽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내용이 담긴 <시사IN>을 본 독자가 보낸 편지였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이숙이 편집국장은 329호 지면을 통해 내용을 전하면서 “그저 눈물만 나왔다”고 말했다.

▲ 4만7천원 이어달리기의 불씨가 되었던 배춘환씨 편지 ⓒ미디어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세 아이(셋째 출산 예정)의 엄마 배춘환씨였다. 그의 삶도 넉넉하지는 않다. 보증금 2000만원에 80만원으로 시작했던 신혼 생활, 결혼 7년 만에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산 아파트의 원금과 이자,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셋째, 과로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남편…. 하지만 그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저 사람들은 얼마나 막막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사람들의 아이들은 또 어떡하지 싶고. 나처럼 저 사람들도 가족이 저녁에 같이 밥 먹고, 밤에는 푹 쉬고,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고…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그녀는 <시사IN>에 편지를 썼고, 47억원의 10만 분의 1인 4만7천원을 준비했다. 이 돈은 첫째 예찬이의 태권도장 비용이었다.

기적은 시작됐다. 4만7천원이 담긴 편지는 불씨가 되었고, 그 불씨 덕분에 뜻을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시사IN> 편집국에 해고 노동자를 위한 돈을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고, 별도의 후원 계좌가 마련되지 않자 정기구독 전용 계좌에까지 4만7천원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사IN> 구성원들도 나섰다. 노조에서 160만원을 모았고, 노조 기금을 더해 상징적 금액인 470만원을 만들었다.

▲ 후원금을 편집국으로 보낸 <시사IN> 독자들의 편지 ⓒ미디어스
그리고 지난 1월, <시사IN>과 아름다운재단이 손을 잡고 나섰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인해 임금, 퇴직금, 상여금, 집, 자동차, 통장이 모두 가압류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위기, 가족해체 등을 겪고 있는 노동자 및 그 가족의 생계 및 의료비 긴급지원을 위한 모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 손해배상·가압류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기 위해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 한홍구 평화박물관 상임이사 등이 참여하는 모임 손잡자(가칭)도 함께 손을 잡기로 했다.

▲ 후원금을 편집국으로 보낸 <시사IN> 독자들의 편지 ⓒ미디어스
현재 <시사IN>은 지면을 통해 모금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 ‘4만7천원 이어달리기’ 그룹을 만들어 시민들에게도 준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실무를 맡은 장일호 <시사IN> 기자는 “(편지가 나간 뒤)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익명으로 보내시는 분도 있었고, 정기구독 전용 계좌에 입금을 해 회계팀을 난감하게 하기도 했다”며 “기부금 법 상 우리가 직접 모금을 주도하면 안 되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기자는 “47억원은 상징적 액수로 꼭 4만7천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을 모으는 일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만 돕자는 것이 아니고 파업 이후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긴급 지원 자금”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민주노총에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총합계는 982억9843만3248원, 가압류 청구 총합계는 63억6400만원이다. 철도노조에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액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 공식 후원 페이지 화면 캡처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손해배상·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후원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개미스폰서 공식 페이지 (신용카드, 실시간계좌이체, 핸드폰결제 모두 가능)
2) 네이버 해피빈
3) 모금 전용계좌 하나은행 272-910017-02504 (예금주: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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