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 기존 언론사의 채용 틀을 과감히 벗어버린 신생 언론사가 있다. 학력과 학점 등 기성 언론이 요구하는 스펙 보다는 오직 언론인으로서의 소양과 방송제작자로서의 전문성, 협동조합에 적합한 인성을 기준으로 삼아 언론인을 채용한 언론사가 바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다.

국내 최초의 미디어협동조합인 국민TV는 조합원이 낸 출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 그리고 “공정 언론, 바른 언론”을 지향한다. 바른 언론을 향한 시민들의 염원은 조합원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일 오후 현재 21,42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 7일 아침 국민TV 신입사원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국민TV 지하 카페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미디어스
국민TV는 오는 4월 개국을 목표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국민TV 사무실 곳곳에서는 방송에 적합한 구조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 주조실 등 공사가 마무리되면 방송에 필요한 최신 기기들도 들어올 예정이다. 개국을 앞두고, 현재까지는 모든 계획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TV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그래서 가장 중요한 신입사원들의 교육도 한창 진행 중이다. 신입사원 교육 역시, 기존 언론과는 다르다. 각 분야의 전문가 등을 초청해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이 주를 이뤘던 기존 언론의 교육 방식과는 달리, 쏟아지는 사안들 가운데 어떤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무엇이 진짜 ‘뉴스’인지 등 언론인으로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교육이 이뤄진다. 기존 언론사들이 수습기자들을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을 돌리며 기삿거리를 찾게 하는 ‘마와리’도 국민TV에는 없다.

“김용판을 두고 어떻게 판을 깔 것인지 이야기 해봅시다”

7일 아침, 회의의 주제는 김용판 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은폐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뉴스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를 두고 노종면 기자(국민TV 개국TF단장)와 신입사원들 간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으며 후배들에게 뉴스의 ‘관점’을 설명하는 노종면 기자 그리고 선배의 설명을 듣는 후배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돈다.

합정동에 있는 국민TV에서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신입사원 교육이 진행된다. 국민TV 보도를 담당할 22명의 구성원들은 3~4명이 조를 이뤄 아침 8시 기획회의를 시작으로 기사 작성, 편집, 촬영, 오디오 교육을 한다. 오후 5시에는 결과물을 갖고 발표와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다. (국민TV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은 높았다. 프로그램 제작 및 취재 등을 주로 하는 뉴스PD의 경우, 최종 18명을 뽑았는데 모두 1200명이 지원했다.)

신입사원 가운데 일부는 김용판 사건 선고가 나던 지난 6일, 법원에 가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 취재를 시작했다. 이론에서만 보고 배웠던 뉴스를 직접 현장에서 부딪힌 셈이다.

노종면 기자는 신입사원 교육과 관련해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게 아니다.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같이 (토론을 통해) 경험한다”며 “내가 주도하긴 하지만 사회자 역할만 할 뿐이며, 지시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회의를 기반으로 (기사 계획 등을) 지시한다”고 설명했다.

국민TV는 오는 10일 오후 2시 합정동 국민TV 지하 카페에서 조합원 및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국 설명회를 열어 방송 준비를 비롯한 개국 전반에 대한 상황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국민TV 신입사원과의 미니 인터뷰이다.

▲ 국민TV 신입사원 노지민(왼쪽), 곽보아(오른쪽) ⓒ미디어스

◇ 신생 언론사인데 어떻게 해서 지원하게 되었나?

곽보아: 취업은 해야 했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또, 학교 교수님이 국민TV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다가 공채가 떴기에 지원했다.

◇ 소위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언론사 시험 얼마나 준비했나?

곽보아: 3년 준비했다.

노지민: 2012년 8월부터 준비했으니 1년 되었나?

◇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땠나?

노지민: 되게 좋았던 거 같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정치적 철학이 뭔지 논의할 수 있었으니까.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서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지향점이 뭔지 나누는 시간이 되었기에 좋았다.

곽보아: 나도 1년 반까지는 이런 생각이었다(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이 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보면 실력대로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이 직종은) 여자가 불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지원했다.

노지민: 답이 없다는 게 막막했다. 공부를 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내가 맞지 않는건가’ 자책을 하기도 했다.

곽보아: 푸념이 많았다.

◇ 그렇다면 국민TV에 지원한 이유는?

곽보아: 방송들이 제대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라면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노지민: 언론사라고 해도 기성 언론들은 정해진 논조나 이익에 맞는 사람을 원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국민TV는 상대적으로 사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 여겨졌다. 데스킹 등의 이유로 쓰고 싶은 기사를 못 쓰는 일도 없을 것 같았고. 사실 나는 이제 막 언론사 입사를 한 거라서 세상을 바꾼다거나 언론 지평을 개혁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포부를 이룰 여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TV에서 첫걸음을 시작하면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진짜 필요한 뉴스가 뭔지 치열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면 앞으로는 크고 작은 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 국민TV에 합격하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곽보아: 걱정이 앞섰던 거 같다.

노지민: (처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좋았다. 별로 진지한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조합원 상견례 때 이곳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국민TV는 언론사이기 이전에 협동조합이기에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다가왔다.

곽보아: 입사 이틀 째, 국민TV 라디오 ‘신입사원 특집’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는 것을 보면서 ‘생각보다 지켜보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기존 언론사가 하는 신입사원 교육과는 다른 것 같다.

곽보아: (기존 언론사처럼) 마와리를 도는 것도 아니고. 뉴스를 보면서 뉴스를 보는 눈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게 특이했다. 본격적으로 기사 쓰는 훈련을 하니 도움이 된 것 같다. 주변 마와리를 도는 다른 언론사 친구들은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는데, 여기에서는 엑기스만 배우고 있는 거 같다.

노지민: 뉴스PD는 거의 신입이었다. 학생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서 뉴스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을 기르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 4월 개국인데 현장에 나갈 생각을 하니 어떤가?

곽보아: 막연하게 ‘현장에 나가겠지’ 했는데, 어제(6일) 처음으로 김용판 재판에 취재를 나갔던 동료들이 ‘우리가 더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야 하겠다’고 하더라. 무겁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복잡하다. 복잡한 심정이다.

노지민: 현장에 나가는 건, 굉장히 설렌다. 하지만 선배들이 항상 위기를 강조하셔서,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어야 할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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