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3일부터 시작되는 MBC 신임 사장 공모를 앞두고 김종국 현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2월 3일부터 12일까지 신임 사장 후보 공모를 진행, 21일 이사회에서 MBC 사장 후보를 최종 확정한다.

이런 가운데 김종국 현 MBC 사장이 가장 먼저 신임 사장 공모 의사를 밝혔다. 김종국 사장은 27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신임 사장 공모에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연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MBC 안팎에서 제기되던 ‘김종국 연임설’에 김 사장 스스로 쐐기를 박으면서 MBC 신임 사장 공모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국 사장이 ‘10개월’이라는 잔여 임기를 넘어 당당하게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현재 사장 공모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전영배 MBC C&I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등 새로운 인물이 신임 사장으로 뽑힐지도 주목된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연합뉴스
10개월 임기 채운 김종국, 연임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5월,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해임 당한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김종국 사장. 현재 사장 공모 일정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MBC 안팎에는 김종국 사장의 연임 행보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관측하는 시선들이 많다.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종국 사장은 특이하게도 MBC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김 사장은 과거 보도국 기자로 재직할 당시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보도국 뿐 아니라 MBC 내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다. 평소 성격이 꼼꼼한 것으로 알려져,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재철 전 사장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난 10개월의 행보를 돌이켜봤을 때, 노조에게 '악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재철 전 사장 때와는 달리 노사 관계도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재임 기간 동안 인사권을 동원해 해고와 정직 등 마구잡이로 징계를 남발했던 김재철 전 사장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다소 온순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김종국 사장을 향한 탄탄한 지지 기반이 없고, 김재철 전 사장만큼의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소 연임이 어렵지 않겠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구성원 및 노조를 탄압하면서도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 나아가 극우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던 김재철 전 사장만큼의 지지 기반도, 인지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최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김재철 전 사장은 악명이라도 얻으면서 자기 지지 세력을 만들기도 했는데, 김종국 사장은 그러지 못해 결과적으로 보면 더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 김종국 MBC 사장 ⓒMBC
최근 김종국 사장이 보인 여러 행보를 살펴보면 연임을 향한 초조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MBC 내·외부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발언을 알리는 것 뿐 아니라 노조를 향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듯한 의도도 보인다.

MBC는 최근 징계무효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각각 패소한 뒤,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판결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 소식이 전해진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사 <뉴스데스크>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적극 반영했을 뿐 아니라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 신문만을 골라 회사 입장을 담긴 광고를 내기도 했다. 특히 노조에 따르면, 신문 광고에만 3억원의 회삿돈이 사용됐다.

또한 최근 이례적으로 “△노조에 강력 대응하겠다 △법무팀을 교체하겠다 △상향평가를 폐지하겠다 △인사 고과 등급을 신설하겠다” 등 김종국 사장의 입장이 담긴 임원회의 내용을 구성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특명’을 간부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즉각적인 항소와 노조를 향한 대응 방침이 모두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MBC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MBC 한 구성원은 이와 관련해 “이번에 소송 두 개를 다 지면서 ‘김종국 연임이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임원회의 내용을 일일이 말하지 않던 사람이 노조를 향한 강경 대응 방침이 담긴 임원회의 내용을 전 직원에게 말하라고 지침을 내렸을 정도이니 (연임을 바라는 입장에서) 상당히 다급해 방송문화진흥회 등을 향해 각종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법원이 징계무효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모두 MBC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종국 사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징계무효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회사가 패소한 뒤 보수 성향을 지닌 간부들로 구성원 공정방송노조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패소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무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를 글을 올렸고, 이후 실제로 MBC 사내 법무팀 구성원이 즉각 교체됐다. MBC 또, 기존 회사 변호를 담당하던 로펌도 더 막강한 대형 로펌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지난 20일 김종국 사장은 대구MBC 사장 선임 안건이 MBC 사장 선임 이후로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송문화진흥회를 방문했다가 뒤늦게 이를 인지, 머쓱하게 발걸음을 돌린 일도 있었다. 이에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신임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영배 MBC C&I 사장·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수면 위로 나올까?

김종국 사장의 연임을 둘러싼 변수는 또 있다. 현재, 전영배 MBC C&I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도 사장 공모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MBC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종군기자로 익히 알려진 이진숙 지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재직할 당시 홍보국장을 맡으면서 김 사장의 행보를 적극 대변했다. 이진숙 지사장은 홍보국장,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쳐 워싱턴 지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워싱턴 리포트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진숙 지사장의 경우, 김종국 사장이 제안한 대구MBC 사장 자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MBC 사장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높다. 이진숙 지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여성이 공기업 사장 등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 ‘사상 최초의 MBC 여성 사장’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미디어스>는 이진숙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영배 사장은 MBC 기획조정실 시장, 보도본부장, 특임이사를 거쳐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 MBC C&I 사장을 맡고 있다. 전영배 사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MBC 사장 공모 지원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얘기할 처지가 못 된다. 죄송하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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