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방송·재벌방송 만드는 방송법 개정안 즉각 폐기하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난 29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30일 '방송법 개악 저지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케이블TV(SO) 겸영 규제 완화 △지상파 및 보도·종합편성 PP 소유 대기업 자산 기준 완화 등을 뼈대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 앞에서 '방송법 개악 저지 특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완화'를 위장한 정권의 우회적 '언론장악'이자 재벌 기업과 케이블 SO를 위한 맞춤형 특혜법"이라며 "방통위 안대로 시행령이 개악되면 케이블 SO는 전국 방송구역 중 돈벌이가 되는 지역만 골라 최대 25개 SO와 5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보도·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권력형 초대형 방송국이 가능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30일 오전 열린 언론노조의 '방송법 개악 저지 특별위원회' 기자회견 ⓒ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또 이들은 "이명박 정권은 비협조적인 지상파를 대신할 정권친화적인 대기업 유료방송 탐색을 위해 종합편성 PP를 허용하려 한다"고 지적하면서 "지상파방송과 매체만 다를 뿐 비슷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종합편성 채널(PP)을 차지하게 되는 대기업은 이윤을 위해 정치권과 협조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채널들은 정권의 홍보방송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대기업 종합편성 PP는 △중간광고 △직접 광고영업 △케이블과 위성방송에 의무 재송신 △전국방송 구역 확보 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케이블TV 채널인 종합편성PP는 무료지상파 방송에 비해 월등한 영업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포화상태인 방송광고시장에서 신규로 종합편성 PP를 허용하게 되면,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의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규제완화를 위장한 지상파 길들이기와 케이블 SO 특혜법은 반드시 저지한다'는 성명에서 "방통위의 시행령 개악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유료방송의 규제는 풀고 무료 지상파 방송에는 애써 무관심함으로써 지상파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방통위 말대로 방송산업 경쟁력 제고가 아니라 기존 양호한 방송산업 마저 폐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에는 정권에 순치시키는 길들이기를 방통위의 뜻대로, 이명박 정권의 뜻대로 굴러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 PD수첩> 탄압, KBS 사장 퇴진 압력 등 겉으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수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바로 어제(29일) 입법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라며 "이는 수년, 수백년간 방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보도뿐 아니라 모든 분야를 다 다루는 방송사를 재벌에게 넘기면 방송의 자본감시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고 정부 비판을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앞으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박성제 MBC본부장은 "정부가 후안무치한 언론장악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2MB가 종부세 등을 인하해 이땅의 강부자들을 위한 세제개편안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정부는 오로지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도움되는 정책 만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10조 규모의 방송사업자가 탄생하면, 국민 대부분이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고, 중간광고 마음대로 하고, 광고 자율 영업해서 괴물같은 재벌 방송이 탄생할 것"이라며 "MBC본부는 공영방송체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도 "이 정부의 지역방송에 대한 인식은 '지방방송은 꺼' 정도의 수준밖에 안된다"면서 "지역방송 구성원들은 한산도 대첩을 준비했던 이순신 장군처럼 이명박 정부에게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내달 6일 '방송법 개악 저지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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