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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협동조합 아냐? 땡땡책협동조합의 성장기(?)[땡땡책 협동조합 분투기]
하승우 / 땡땡책협동조합 발기인 | 승인 2013.11.29 17:49

사람들을 만나 책을 함께 읽는 건 즐거운 일이다. 세상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얻고 수다도 떨고 때로는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기도 한다. 집에서 가져온 고구마, 직접 구운 쿠키,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 등도 오간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같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고, 그러면서 공통의 감각이 형성되고, 무언가를 향한 행동이 준비된다. (<한겨레21>‘아직도 책을 혼자 읽으시나요?’ 기사)

그러려면 책을 함께 읽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는데, 대형서점이 출판사에게 정가의 55~65%로 공급을 받고 대형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현실은 그런 문화를 가로막는다. 한편으론 그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고, 다른 한편으론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자는 취지로, 독서모임이나 공부모임을 하던 사람들이 만나 조합을 준비했다. 땡땡책협동조합은 대형서점과 대형출판사가 좌지우지하는 출판유통시장을 바로잡고, 함께 책을 읽으며 책읽는 방식을 바꾸고, 출판노동자와 독자가 만나 책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다소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시작되었다.

   

땡땡책협동조합이란 이름은 1978년에 부산에서 만들어진 <양서(良書)협동조합>에서 비롯되었다. <양서협동조합>은 책을 거래하고 모임을 조직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는데, 우리보다 훨씬 더 거창하게 “경제적 민주주의와 협동주의에 입각한 참다운 자주, 자립적 경제 질서의 전 사회적 확산”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양서를 자꾸 지명으로 생각해서 ‘좋은책’이라 부르려 했는데, 꼭 좋은 책만 골라서 읽어야 할까, 대체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일단 비워두자고 ‘○○책’이라 불렀다. 그런데 ‘땡땡이’라 부르니 너무 입에 짝짝 붙어서 땡땡책이라 부르게 되었다.

   

2013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땡땡책협동조합 모임은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큰 것만 꼽아보자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밀양송전탑 싸움과, 2013년 4월 27일에 발표된 그린비출판사노동조합의 첫 번째 성명서와 보리출판사의 문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무서 사업자등록이 반려된 일이다.

일단, 밀양송전탑 싸움은 ‘기록’과 ‘기억’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밀양과 같은 사건들이 우리 역사나 다른 나라 역사에서도 반복되어 왔는데, 그와 관련된 기록들은 어디에 있을까? 밀양에 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 오제 아키라의 『우리 마을 이야기』,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공선옥의 『꽃 같은 시절』, 제임스 스콧의 『국가처럼 보기』, 로버트 콜스의 『환대하는 삶』 등을 그런 기록들로 꼽았다. 그리고 그 책들을 읽으며 지금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전문가들의 독서목록이 아니라 우리의 뜻과 의견을 담은 독서목록을 만들어보자, 그것을 소책자(팜플릿)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 이런 고민은 ‘국가폭력’이나 ‘기본소득’과 관련된 기획독서회로 이어지고 있다(밀양사진과 조합설립과정을 담은 땡땡책협동조합가 ‘책과 사람사이’와 영상을 감상하시려면 이곳으로 http://tvpot.daum.net/v/53729599. 밀양과 관련된 고민들을 담은 밀양소책자 PDF 파일은 http://cafe.daum.net/00bookcoop/Q32n/9 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밖으로는 진보적이라 알려진 그린비출판사나 보리출판사에서 일하는 출판노동자들의 처우나 그들의 목소리도 땡땡책협동조합에 영향을 미쳤다. 그린비출판사나 보리출판사처럼 노동조합이 있고 진보적인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에서도 출판노동자들이 회사의 탄압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땡땡책협동조합이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책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관심을 쏟고 ‘출판노동’을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직접 출판노동자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고민을 나누며 ‘건강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책을 함께 나누자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각자 자신의 삶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통해 조금씩 돈을 모으는 ‘땡땡이기금’은 동네책방이나 출판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쓰여질 예정이다).

   
 

세 번째 사건은 세무서가 사업자등록을 거부한 사건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절차를 그대로 따를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왜 모든 협동조합들이 기획재정부의 표준정관을 따라야 하는지, 왜 협동조합의 의사결정기구는 총회, 이사회, 사무국, 똑같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왜 협동조합이 자신의 활동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지, 왜 협동조합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없는지, 이런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정관과 사업계획서, 예산 등을 미리 다 정한 상태에서 조합원들을 모집하는 협동조합은 되고 싶지 않았다. 31명의 발기인들이 모여 각자 정관에 들어가길 원하는 단어들을 말했고, 그 뜻을 하나씩 모아 “함께 책 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 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정관의 목적을 정했다. 그 외엔 일을 하면서 차차 살펴보고 내년 초의 전체모임 때 정관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과 뜻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며 협동의 과정을 밟아왔는데, 정부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동조합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어이없는 일을 겪으며 사람들이 더욱더 단단하게 엮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든 우리는 계속 협동조합이란 이름을 당당하게 쓰기로 했다.

   

10월 5일 창립총회를 가진 땡땡책협동조합은 현재 79명의 조합원과 함께 책과 사람 사이를 고민하고 있다. 땡땡책협동조합이 책과 사람을 만날 때 쓰는 중요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사’이고 다른 하나는 ‘뒤풀이’이다. 땡땡책협동조합에 오는 사람들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낯선 경험은 최소한 두 번 이상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모임을 시작할 때 한번, 모임을 끝낼 때 한번, 중간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또 한번, 자신을 계속 소개해야 한다. 그렇게 타인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다보면,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보고 듣다보면 ‘우리’와 ‘우리 사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뒤풀이는 정관에 들어갈 단어로도 선정될 만큼 땡땡책에서 중요한 행사이다. 모든 모임은 반드시 뒤풀이를 하고 때로는 뒤풀이 시간을 위해 모임시간을 조절한다. 모임 때 충분하게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따로 또 같이’ 소통되는 시간이 뒤풀이이고, 알콜이라는 매개는 책만큼 우리의 관계를 뜨겁게 달구기 때문이다. 만난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날이 서서히 밝아오기도 한다. 상대방의 편에 서서 함께 보낸 시간과 그 기억이 땡땡책협동조합을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이다.

   

협동의 매력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내 속의 기운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협동조합은 많지만 우리가 협동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끔씩 취향을 공유하지만 정작 일상적인 노동과 생활은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일상을 공유해야 협동조합이 가능하고, 땡땡책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더 많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하승우 / 땡땡책협동조합 발기인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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