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KBS이사회의 의결만 남기고 있는 가운데, KBS 디지털뉴스국장이 사내게시판에 고인의 이름까지 들며 “당당하게 수신료 현실화를 요구하자”고 주장해 내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성창경 디지털뉴스국장은 11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보도와 수신료 현실화’라는 글을 올려 “언제까지 수세적으로 수신료 현실화 노래를 부를 것인가”라며 “당당하게 요구하자. 우리의 권리다. 30년 동안 묶였던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뭐가 그리 눈치 볼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창경 국장은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전 사원의 급여를 삭감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래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끼고 자신의 얼굴에 침 뱉고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KBS가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국·부장급 간부들까지 임금 자진 삭감에 나선 것을 반영한 발언이다.

성창경 국장은 수신료 인상에 앞서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KBS이사회 수신료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야당이사들을 겨냥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성창경 국장은 야당이사들에게 “그만 정파적 프레임에서 나오시라. 더 이상 KBS 수신료 현실화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마시라”라고 요구했고, 사원들에게도 “더 이상 야권 이사들에게 읍소하지 마시라. 우리가 죄를 지은 집단인가? 당당하게 수신료 현실화를 요구하자”고 말했다.

김시곤 보도국장 감싸기에 고인 거론까지… 사내서 ‘빈축’

성창경 국장은 수신료 현실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최근 TV조선 중계보도를 비롯, 그간 문제가 됐던 보도공정성 논란 책임자로 지목되는 김시곤 보도국장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본부노조(새 노조)에서 수신료 현실화 안 되는 것이 김시곤 보도국장 때문이라고 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며 “막연하게 보도 공정성을 붙잡고 ‘불공정하니까 수신료 현실화가 안 된다’는 논리는 철모르는 어린아이 떼쓰기보다 더 심하다”고 비난했다.

성창경 국장은 KBS <뉴스9>가 전체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점을 예로 들며 “미디어 홍수에서 굳이 9시 뉴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KBS의 공정성, 신뢰성에 있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시사저널에서도 신뢰성·공정성·열독률 1위라며 인정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일반 국민들은 야당이사들과 새 노조의 이런 처사에 대해 의아해 한다”며 “더 이상 억지 구실을 만들어 방해하지 말고 수신료 현실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얼마 전 고인이 된 임규용 비서실 팀장의 이름을 거론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성창경 국장은 “사고 전날 사장을 수행해 참석한 자리는 4대 협회장에게 수신료 현실화를 도와 달라는 것이 가장 큰 취지였다고 한다. 고인도 관련 발언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한다”며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신료 현실화를 이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KBS의 한 기자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의 이름을 이 글에 거론하는 건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같은 보도국 후배로서 비애감마저 드네요”라는 댓글을 달았고, 새 노조의 홍기호 부본부장도 “수신료 현실화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불과 며칠 전 세상을 뜬 사람의 이름을 활용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글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성창경 국장은 내부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같은 날 오후 고인 언급 부분을 삭제했다. KBS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수신료 현실화 촉구 글에 고인이 동원돼, 비서실 차원에서 수정 혹은 삭제 지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S이사회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정보공개 청구 건에 대해 논의한다. 수신료 인상안은 이미 상정돼 있기 때문에 상시 논의가 가능한 상태이나, 이날 종합심의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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