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핵심 당직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사전구속영장 신청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내란음모예비혐의를 잡고 있는 사안에 대한 녹취록까지 등장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각 정치세력이 제각기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통합진보당은 해산돼야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나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도 해산해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이런 내란음모 사건이 드러나게 되면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우리 헌법에 도저히 맞지 않는 정당이기 때문에 하루속히 해산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규탄 집회를 갖고 이정희 대표와 이 의원의 인형에 화형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진태 의원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논란에 대해서도 “두 사람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을 하루속히 제명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사건 수사하고 재판하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그 전에 국회에서 빨리 제명 절차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두 명에 대한 제명안은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돼 있는데, 야당에서 계속 이 회의 자체를 열지도 않고 미뤄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며 민주당 측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통합진보당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돈 받은 사건 나왔을 때 돈 받았다고 하는 것 본 적 있느냐?”라고 되물으며 “국정원이나 검찰이 그런 정도 증거자료 없이 이렇게 사건을 벌였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발언했다.

국정원이 이 시기에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진태 의원은 “결정적인 단서인 녹취록이라는 것이 금년 5월달, 석 달 전에 입수됐다”라며 “더 이상은 이걸 미룰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총기를 준비해서 어떤 무장폭동 같은 걸 계획했다고 하면 아주 전형적인 내란에 해당된다”며 “내란을 음모하고 그런 사건을 타이밍을 봐가면서 수사하고 안 하고 이럴 수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혐의 전면 부인

통합진보당 측은 자신들에게 걸려있는 혐의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유류시설에 대한, 통신시설에 대한, 총기에 대한, 살상에 대한 입에 담기도 어려운 그런 내용들이 우리 진보당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는 것들인데 전부 다 황당무계한 소설들”이라며 “국정원은 대국민 사기극 전문기획단”이라고 주장했다.

▲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김재연 의원과 함께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의원회관 사무실로 가고 있다. (뉴스1)

김재연 의원은 “NLL 대화록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NLL 포기발언들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은 국정원이 왜곡,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얼마 전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터뜨렸는데 국정원이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죄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의원은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중앙정보부 때부터 시작됐던 그 어두웠던 역사의 마지막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의도에 대해 김재연 의원은 “국정원 해체가 요구되고 있고 전면 개혁해야 된다는 얘기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술수”라며 “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촛불을 꺼뜨리기 위한 목적을 가진 사건이기 때문에 촛불을 더 키워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국정원의 압수수색 의도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상규 의원은 “녹취록의 생산주체, 생산 시기, 생산과정, 변조나 조작가능성 등 모든 것은 전혀 확인되거나 검증된 바가 없다”며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이고, 언론이 그 일방적 주장을 언론이 대변해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불법성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이 압수하겠다는 물품을 박스에 담았는데 봉인하지 않아 첫날 압수한 핸드폰과 메모리카드 두 개를 분실했다”며 “가져갈 때 가져간 상태 그대로라는 걸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없어졌으니 (국정원이 압수한 증거물의 능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야권 전반은 신중한 입장

하지만 같은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경우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면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이고 국회의원이 국가 내란음모에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정원도 혐의사실을 빨리 공개해야 하고 통합진보당 측도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호선 대표는 “혐의사실이 진실이냐, 보도되는 내용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거냐 라는 문제와 왜 이 시점에 이것을 터뜨렸을까 하는 문제는 따로 있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사건을) 이 시점에 터뜨린 것은 아무리 봐도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천호선 대표는 “국정원이 작년의 대선수사개입, 그리고 이번에 남재준 장관의 NLL 원본 공개, 그리고 이번의 시기 선택,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아주 공공연하게 때로는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안에 대해 천호선 대표는 “저희 당의 입장은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을 촉구하는 것이고 국내파트를 없애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가있다”면서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서 국내 파트에 유지되는 것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 음모 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국정원 개혁은 지속돼야

제1야당인 민주당도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모양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민주당 입장은 만약 이것이 지금 알려진 모든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일이고 이와 관련된 사법적 처리에서는 한 치도 흔들림이 없어야 된다”라면서도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앞에 두고 절대 등을 보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녹취록에 대해 “그런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중학생 아이들 자기들끼리 상상의 나래를 펴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라면서 “ 그것이 내란 음모라고 하는 큰 어떤 사법적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아마 법원과 판사가 법률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용진 대변인은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잘 처리 했다 하더라도 개혁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대선에 개입하고 국내정치에 개입했던 이른바 반역행위는 당연히 처벌과 개혁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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