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8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전월세 대책에 대해 발표 전부터 부정적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거나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월세대책의 핵심은 전세에 몰려있는 매매대기 수요를 주택거래 시장으로 유인하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전월세 문제로 서민과 중산층 국민의 고통이 크다. 하반기 주택정책의 최대 역점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복지 확충, 특히 전월세난 해결에 역점을 둬야 하겠다”고 발언한 데서 기인했다. 정부는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통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 △공공 및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로 전월세 공급 확대 △전월세 금융·세제지원 강화 등의 기본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란의 원인, 비관적인 부동산 경기 전망

전세대란은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택을 구입하려면 주택 구입을 위해 소요한 비용보다 이후 주택을 처분할 때 거둘 수 있는 기대 이익이 커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 오랫동안 조성돼왔다. 때문에 전세 수요자들은 지금 집을 사봐야 나중에 골칫거리가 될 것이므로 일단 전세로 목돈을 쟁여놓고(?) 상황이 나아진 이후 주택 구입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 국내 가구의 절반은 전월세에 살고 있으며 전세 보증금이 처음으로 평균 1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상가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작년 전국 만 20~59세 가구주 5천 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의 25.4%, 13.2%가 각각 전세·월세에 살고 2011년까지 거의 없던 반전세는 4.4%에 달했다. 또한 전세 세입자 10명 중 4명은 보증금 1억 원 이상의 주택에 살며 세입자의 절반 이상은 보증금이 5% 이상 오르면 추가 보증금 지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전세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은 대부분 다주택자들인데 전세를 공급할 때 사실상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해당 주택을 구입하고 이후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전세 공급자들의 입장에서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한 상황이 전세 공급의 전제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은 전세 수요자가 늘고 전세 공급자가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세를 고리로 한 부동산 경기 순환의 대전제가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전세금이 올라 전세대란이 벌어지게 됐다.

일부에서는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 계약 형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임대 수요에 대해서는 월세가 일반적인 환경을 만들고 주택 매매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정부 역시 큰 방향에 있어서는 이러한 수준에서 대책을 검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득공제 강화로 월세 유도 쉽지 않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특히 임대 수요에 대한 월세 계약 유도가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가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늘리기로 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월세보다 전세가 각광받는 것은 전세금 외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없기 때문인데 월세에 대한 부담을 소득공제의 형태로 경감해줌으로써 임대 수요의 월세 계약 유도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둘러싸고 집주인과의 마찰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 지는 확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세입자가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는다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 소득이 국세청에 파악돼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월세가 사인(私人)간의 계약으로 여겨지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가 쉽게 양해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보면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강화는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소득활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 풍토가 돼있는 상황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물론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고 세제혜택 등을 고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투명한 소득활동을 하면 세원마련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앞서 언급한 한국적 상황에서 쉽게 가능할 것인지는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세 수요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매매 수요로 바꾸는 게 차라리 깔끔한 방법일 수 있다는 인식도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전월세대책이 사실상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그야말로 다양한 거래와 계약이 활성화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등은 이런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즉, 세제혜택을 통해 주택 거래를 보다 쉽게 만들어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제4정조위원회와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서승환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들과 당정협의를 갖고 전월세 대책, 철도산업 발전방안 등 국토부 관련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러한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측은 “세제혜택을 통해 거래를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실상 부자감세 조치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하고, “그렇잖아도 빚내서 전세를 사는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또, 대안으로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상한제 도입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바우처제도 도입 △준공공임대사업의 확대 △매입임대주택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전월세상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용과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을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상한제와 맞바꿔 이른 바 ‘빅딜’을 통해 국회에서 일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워낙 정부 입장이 강경한데다 정치적으로 교착된 정국에서 이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측면 외에도 임대시장의 향후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큰 방향으로 잡고 있기는 하지만 단기대책에서 사실상 임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28일 발표될 전월세대책은 사실상 미봉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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