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6개월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과 취임 초기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내건 것에 비해 이후 정부 정책이 성장 지향적으로 변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나 이를 둘러싼 평가가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 국가미래연구원이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보도한 경향신문의 26일자 기사.

<경향신문>은 26일자 1면과 2면 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25일 내놓은 ‘기획재정부 업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미래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의 경제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했고 공약 실현 재원 조달계획을 담은 ‘공약가계부’는 실현가능성이 낮으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도 사실상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이 소속된 바 있어서 정부와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이번 보고서가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경향신문>의 지적이다. 특히 현오석 부총리가 최근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야심차게 내놓은 세제개편안마저 일부 원점재검토 지시를 받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오석 경제팀이 이 보고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는 <경향신문>의 이러한 지적과는 전혀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 성과 6개월을 평가하며 현 정부 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국민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복지정책에 대한 여론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조선일보의 26일자 기사.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 보도를 통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복지보다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복지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당분간 복지 확대보다는 경제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높았고 '현재 세금 수준에서만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23.2%로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진단은 현오석 경제팀이 경제민주화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현 정부 경제정책에 긍정적인 평가흘 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조선일보>는 19대 국회에서 기업 규제 법안이 하루에 1건 꼴로 쏟아졌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환경이 지속적으로 조성돼왔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역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과거 '경제민주화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 보도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이 오찬을 함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재계와 대통령 사이의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 동아일보의 26일자 보도.

박근혜-10대 그룹 총수 오찬…재계에 긴장모드 끝? 재계 정부 민원 창구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을 함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볼 수 있는 행보이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가 ‘긴장모드’를 끝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때만 해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강조되는 등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정부와 재계 간의 긴장 관계가 조성됐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친기업적 발언 등으로 볼 때 이번 오찬을 기점으로 대통령과 재계 간의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신문>은 같은 날 사설을 통해 현 시점에서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회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야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고 재계가 정부의 민원 해결만 챙기고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 등의 약속은 지키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총수들과 오찬회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한겨레신문의 26일자 사설.

그동안 민주당은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과의 만남에 대해 지속적인 불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23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회동은 하고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또 25일에는 “우리 경제의 위기는 재벌총수와의 간담회 수준의 단순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박근혜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시각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가 취임 후 6개월 간 성장지향적인 정책 전환을 이뤘다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와 여당, 야권이 충돌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적으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취임 6개월 평가가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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