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 분석 결과를 축소했다는 사실이 CCTV를 통해 드러났지만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는 여전히 국정원 사태를 여·야 공방으로만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CCTV 외면하고 '원·판' 입 자처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5일 '127시간'에 달하는 경찰 CCTV를 분석해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않고 머물러 있는 동안, 댓글 활동의 흔적을 삭제했다는 사실과 경찰이 이를 축소, 은폐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러한 영상은 16일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등에 의해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지상파 3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KBS(상단 두 사진), MBC(하단 왼쪽), SBS의 16일자 보도.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발언에만 주목하며 공방으로 사안을 축소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축소, 은폐 영상이 담긴 경찰 CCTV는 찾아볼 수 없다.

KBS <뉴스9>는 16일 <원세훈·김용판 출석…증인선서 거부>(1번째), <"댓글은 대북심리전">(2번째), <'축소수사' 전면부인>(3번째)에서 국정조사 청문회를 다뤘으나 CCTV 영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KBS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도 <원세훈 출석 여야 격론>(1번째), <공소장 내용 모두 부인>(2번째)를 통해 국정조사 청문회를 다뤘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모습만을 다뤘다. CCTV와 관련해서는 "짜집기 편집"이라는 김 전 서울경찰청장의 주장만 보도했다.

SBS <8뉴스>는 <증인선서 거부…"선거개입 인정 못한다">(1번째), <"법적 권리" 대 "위증죄 회피용">(2번째), <진실 못 밝힌 채 설전만…이대로 끝?>(3번째)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다뤘으나, 경찰 CCTV 영상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 개입을 부인하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발언, 여·야 의원들의 공방만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해 KBS 기자였던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16일 자신의 SNS에 "오늘(16일) 진실은 이미 밖으로 나왔는데 KBS 뉴스는 다시 논란으로 회귀한다"며 "원세훈과 김용판, 새누리당의 논리를 충실히 전달한다. 거짓말을 왜 거짓말이라 말하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주말 4만 촛불 타올랐지만…MBC, '국정원' 보도 가장 소극적

17일 '4만'(경찰추산 90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다시 나왔지만, 주말 지상파 뉴스는 촛불집회를 민주당 장외투쟁의 일환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 SBS(상단 왼쪽), KBS(하단 왼쪽), MBC의 17일자 보도. 이날 뉴스는 촛불집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도됐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이분법적 시각에서 촛불집회를 다뤄 사안을 축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KBS <뉴스9>는 17일 <장외집회…"중단 촉구">(2번째)에서 "민주당이 오늘 세번째로 대규모 주말 장외 집회를 열고 '국정원 개혁'공세를 펼쳤다"며 "새누리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결산 국회에 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KBS는 "민주당은 집회에 이어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며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고 짤막하게 촛불집회를 언급했다.

SBS <8뉴스>도 <"진실 밝혀라" 촛불집회…"호객정치 말라">(3번째)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주처럼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촛불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오늘(17일) 촛불집회 참석 인원을 주최 측은 4만 명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5천 명으로 추산했다"며 "서울광장 한 켠에서는 수백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맞불 시위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킨 쪽은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SBS와 KBS가 각각 3번째, 2번째 꼭지에서 관련 내용을 다룰 때 MBC <뉴스데스크>는 18번째 꼭지 <'장외압박'…'원내복귀'>에서 촛불집회와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MBC는 국정조사 이후 첨예하게 대립한 여·야의 목소리를 담으며 "이런 가운데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진보단체 중심의 촛불 집회가 열려, 원 전 국정원장 등을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도 같은시간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어, 사실상 구태정치가 되살아나 민생현안 등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던 촛불집회의 규모를 제대로 화면에 싣지 않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17일 뉴스에서 시청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거론하거나 민주당 장외투쟁 일환으로 설명하는 등,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수, 진보 진영의 대립으로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MBC는 18일 KBS와 SBS가 '국정조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를 한 꼭지 할애할 때, 이를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아 국정원 관련 보도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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