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국회, 장외의 상황 모두에서 장외투쟁을 거둘만한 명분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중 김용판, 원세훈 증인에 대한 청문회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인으로서의 선서도 거부한 채 청문에 응한 김용판, 원세훈 증인은 대부분의 질의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사실상 국정조사 무력화에 일조했다.

▲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3차 국민보고대회'에서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 장면을 TV중계 등을 통해 시청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SNS공간 등에서 분노를 표현하며 촛불집회의 적극적인 결합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17일에도 상당한 규모(주최측 추산 4만여 명, 경찰 추산 9천여 명)의 인원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문화제에 모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장외투쟁 지속 전망 불투명

하지만 장외에서의 동력이 커지면 커지는 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정원에 관련한 문제는 원내에서 풀 수밖에 없는데, 통제되지 않는 장외의 상황을 이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8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원내로 회군할 수 있는 명분을 딱히 찾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동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장외투쟁의 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국정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이 문제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외투쟁이 효과적으로 이어지려면 다른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빌미’(?)를 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3차 국민보고대회'에서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및 의원단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금으로서 민주당이 가장 크게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발표했다가 반발에 휘말렸던 세제개편안 정도인데, 이 역시 대통령이 일부 부분에 대해서 원점재검토를 언급했기 때문에 위력이 반감된 상황이다. 민주당 일부는 국정조사 이후 8월 임시국회에 세제개편안을 고리로 복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그럴듯한 장외투쟁 출구전략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이슈로 판단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정조사의 부실함을 들어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것도 결국은 원내에서 풀어야 하는 의제라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므로 실현이 될 수도 없다는 것 역시 또 문제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직접 특검을 요구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상황을 풀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런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자회담 성사될 가능성도

이런 기류를 상기해보면 민주당 원내복귀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은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주장해왔고 청와대 측은 5자회담을 주장해 양자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절충을 통해 합의를 찾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과의 회담 개최를 통해 민주당을 원내에 불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2012년 예산에 대한 결산안 심의를 해야 하고 경제정책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이러한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황우여 대표가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회담을 제안한 바 있고 민주당 측도 이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양자의 입장이 절충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개혁 등에 대한 약속과 대통령의 적절한 입장 표명이 이루어지면 민주당으로서도 어느 정도 면피를 하면서 장외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는 수 일 것이다.

영수회담 성사돼도 의제가 문제

물론 영수회담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영수회담의 형식에 대한 합의가 되더라도 의제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파국은 뻔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문제에 포인트를 맞출 수밖에 없겠지만 새누리당과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 지금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을 상기시킬 수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검색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초 증발은 국기 문란”이라고 발언한 것 등을 상기하면 이 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직관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검찰조사 등의 과정에서 정상회담 이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책임이 부각되는 시나리오 등이 상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수회담이 회의록 실종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 가리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성공적인 영수회담을 위해서는 이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사전 조율 등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논란은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서로 정할 필요가 제기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세제개편안을 문제 삼으며 현오석 경제부총리나 조원동 경제수석의 경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국회에 복귀하면 순순히 정부와 여당에 협조하기보다는 일정한 각을 세우며 적당한 공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팀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현오석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 등을 밝힌 바 있는데다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정무적 판단은 부족할지 몰라도 손꼽히는 엘리트 관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는 점, 경제팀 교체가 여타의 수석비서관 교체와는 다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문제라는 점들을 고려해보면 이 문제 역시 일방적으로 고집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짚어나가면 결국 민주당이 원내에 복귀하고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선 3자회담의 형식으로 영수회담이 개최될 필요성이 있으며 의제는 국정원 개혁과 대선개입 문제에 국한 된 것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물론 민주당이 꼭 원내에 복귀해야만 한국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정국이 이어져서 이득을 볼 세력이나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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