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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피서'에 밀린 공영방송의 '정치' 보도촛불집회 화면조차 없는 MBC…"공영방송의 공영성 말살"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8.12 11:19

10일 1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으나 주말 공영방송은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폭염과 관련한 뉴스가 상단에 배치되고 정치권의 소식은 하단에 배치되는 현상이 두드러져 정치 '실종'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 MBC <뉴스데스크> 11일자 보도. 폭염 뉴스가 전면 배치돼 민감한 정치적 이슈는 찾아볼 수 없다.

MBC에서는 찾을 수 없는 '촛불'

참여연대를 비롯한 284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시국회의'는 10일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주최하며 △철저한 국정조사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등을 주장했지만 두 공영방송은 이를 자세히 반영하지 않았다.

시민의 목소리가 직접 들어간 지상파 뉴스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여·야 공방 뉴스에서 짤막하게 다루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SBS가 '지미집'으로 촬영한 화면으로 오후 집회의 모습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여줬으나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 지상파 3사 모두 무더위 뉴스를 '톱'으로 내세웠다.

MBC <뉴스데스크>는 10일 7번째 꼭지 <대규모 장외집회…여야 대치>에서만 촛불집회와 관련한 소식을 다뤘다. 이 리포트에서도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모습은 없었다. 이 리포트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소식만 전하며 "민주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들은 국민보고대회 직후 시민단체 주관 촛불집회에 대거 합류했다"고만 설명했다.

반면, KBS는 촛불집회의 모습을 짤막하게나마 담아냈다. KBS <뉴스9>은 8번째 꼭지 <민주당 "장외집회"…새누리당 "구태정치">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와 관련한 여야의 목소리를 전했다. KBS는 "민주당이 두번째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개최했다"며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 공세에만 열중한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KBS는 "경찰추산 만 6천여 명,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며 "촛불집회는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에서 동시에 열렸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도 국가 인권위원회 앞 광장에 모여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5만여 명 중 단 한 사람의 목소리도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SBS는 <8뉴스>의 5번째 꼭지 <'촛불' 든 야당 "장외총동원령">에서 공영방송보다는 세밀하게 촛불집회와 관련한 정치권의 소식을 전했다. 야당의 공세와 촛불집회의 모습을 묶어 하나의 꼭지로 보도했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그 다음 꼭지 <"구태 정치 그만…그만 돌아오라">에서 볼 수 있다.

SBS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규탄하고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오늘(10시) 저녁 7시에 시작돼, 이 시각 현재 서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외투쟁 열흘째를 맞은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려, 문재인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소속 의원 127명 가운데 115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 공영방송의 10일, 11일자 보도. 정치적 이슈보다는 폭염 뉴스가 주를 이뤘다.

폭염 뉴스 '도배'…밀려나는 정치 이슈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무더위와 관련한 뉴스가 상위에 배치되며 정치권의 뉴스를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KBS는 1번째 <김해 39.2도…올 여름 최고 더위>, 2번째 <폭우·돌풍에 6천 번 벼락>, 3번째 <해수욕장 385만 명 인파> 꼭지를 무더위, 피서 뉴스가 채웠고 정치권의 소식은 8번째 <민주당 "장외집회"…새누리당 "구태정치">로 밀렸다. 11일에는 더위로 인한 '전력난' 소식을 톱으로 다뤘고 이어지는 보도들도 폭염과 관련한 뉴스(4번째 <폭염 절정…피서지 '북적'>, 5번째 <서울 33.2도…최고 기록>, 7번째 <물놀이 사고 잇따라>, 8번째 <여름철 대상포진↑>)였다.

MBC도 10일 1~4번째 꼭지(<울산 40.3도…사상 최고 기온>, <'우르르…쾅쾅' 1만 번 천둥 번개> <꽉 찬 수증기 열대야 부른다>, <실내에서 '뽀송' 피서>)를 폭염과 관련한 뉴스로 채웠다. 7번째 <대규모 장외집회…여야 대치>에서야 정치권의 뉴스를 볼 수 있었다. 11일에는 1~7번째 꼭지가 무더위 뉴스였다. 폭염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잇따른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정치 뉴스 실종은 SBS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SBS <8뉴스>의 10일 1~4번째 꼭지가 더위와 관련한 리포트였지만 정치권의 뉴스를 5, 6번째(<'촛불' 든 야당 "장외총동원령">, <"구태 정치 그만…그만 돌아오라">)로 연달아 다뤘다. 11일에도 5번째 <야 "세금폭탄저지 서명운동" 對 여 "선동정치">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소식을 다뤘다. 반면 KBS는 관련 뉴스를 12번째 <야 "서명운동"…여 "무책임 정치">에서, MBC는 19번째 <'세제 개편안' 여야 공방 가열>에서 다뤘다.

   
▲ 공영방송과 달리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1일자 호외에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깊이 있게 다뤘다.

"공영성 말살된 공영방송"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외면하는 공영방송 보도 행태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일 민실위 보고서에서 자사 뉴스를 비평하면서 "비가 그치고 요즘 날씨가 더운 것은 사실이지만 연일 많은 뉴스 시간을 할애해 '더운 날씨를 덥다'고 하는 뉴스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촛불집회에 대한 침묵에 대해 "촛불집회의 경우 서울광장에 사람이 가득 모이는 일은 매일 벌어지는 흔한 현상은 아니다. 또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들, 종교계까지 시국선언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키워드는 지난해 대선국면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모든 논란들을 관통하고 있는 '국정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을 전하지 않고 누락하는 뉴스, 시청자를 얕잡아보는 뉴스, 기본을 지키지 않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런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말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뉴스의 아이템과 순서 배치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사건이나 이슈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공영방송은 집권 여당에 유리한 화면 구성, 뉴스 배치, 아이템 편성 등을 통해 집권 여당의 이해만을 반영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정치 권력에 장악돼 있는 공영방송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며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이 상업방송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국영방송이나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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