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종학PD의 죽음으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불합리에 대한 개선의 요구가 높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장관 유진룡, 이하 문체부) 4년여를 끌어온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 계약서’와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발표했다.

30일 문체부는 대중문화예술·방송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산업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가수, 배우)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표준계약서 작성이 필요하다는 이해관계자 및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논의를 시작한지 4년여 만이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마련된 안이지만 문체부는 "부족한 내용은 정기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故 김종학 PD의 빈소가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그의 자살로 외주제작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체부가 제정한 표준계약서의 핵심적 내용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제작 관계에 있어 △저작재산권의 상호 인정 △이용 기간과 수익 배분 명시 △출연료 미지급 방지 위한 지급보증보험증권 제출 등이 핵심적 내용이다. 방송출연 표준 계약서의 경우 △방송 다음 달 15일까지 출연료 지급 △편집시 누락 촬영분 출연료 지급 △촬영 이틀 전 대본 제공 △하루 최대 18시간 이내 촬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제정안에 대한 평가는 별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제정의 '의의'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단 목소리가 많았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상호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그러한 상식을 방송사가 전혀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며 "이번 안의 경우에도 기여도에 따라 상호 인정 범위를 정한다고 하는데 상호 간의 힘의 격차가 엄청난데 정확한 기여도를 따질 수 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사가 스스로를 ‘슈퍼 갑’이라고 여기며, 외주사들을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성가신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표준계약서 제정 그 자체보다 이 내용들을 어길 경우 어떤 불이익을 줄지를 설계해야 하는데, 이런 대목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출연료 미지급 방지를 위한 지급보증보험 역시 ‘재탕’일 뿐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그럴싸하게 포장만 새로 했단 지적이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는 근본적 배경은 주연급 연기자와 연출자, 작가가 받는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를 전체 제작비의 채 10%도 되지 않는 지급보증보험 설정으로 해결할 수 있단 것은 본질을 비껴간 대책이란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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