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강에 투신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나흘째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시 현장을 취재, 촬영하던 기자들에 대한 ‘자살 방조’ 논란이 뜨겁다. 특히, 성재기 대표 투신 전 사진에 포착된 KBS 기자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KBS는 논란이 커지자 26일 밤 공식입장을 내어 “2차례나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를 했고, 급박한 상황이어서 구조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취재 보도가 우선인가, 생명을 구하는 것이 먼저인가 여부는 언론 윤리와 관련된 고전적 문제이기도 하다. <미디어스>는 성재기 대표의 투신으로 불거진 KBS의 ‘자살 방조’ 논란에 대해 언론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 트위터에 올라온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 전 사진. 성재기 대표는 26일 오후 3시 10분 경 한강에 투신한 뒤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김수빈 기자 트위터)

성재기 대표의 투신 현장에 있었던 KBS 취재진과 사진을 찍었던 김수빈 <디펜스21+> 기자 모두 “정말 그렇게 투신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남성연대 회원들도 촬영을 하고 있었고, 이처럼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 바로 강물로 뛰어들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형법 제252조의 2에는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상대방이 사망하리라는 예견이 없었기 때문에 ‘방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자살방조죄는 상대방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이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사망에 도움을 줘야 하지만 이 상황은 방관이다. 방관 자체는 방조죄로 처벌한 판례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덕적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말했다.

“‘자살 방조죄’ 성립 안 되지만, 최악의 상황 대비했어야”

언론 전문가들 역시 법적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조금 더 신중한 보도 태도가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성재기 대표가 워낙 튀는 행동을 많이 해 기자도 아마 해프닝으로 받아들인 것 같고, 이 상황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다. 자살 방조죄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에게 현장이 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말렸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적으로 무죄인 것과 비난받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기자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는 기사를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현실론과, 기자는 항상 취재원과의 관계를 유지해 최후의 관찰자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지만,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게 개인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구조를 필요로 했느냐, 구조가 가능했느냐 하는 문제가 있어 무작정 취재진을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찍으러 온 사람이 없었으면 뛰어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볼 때, 촬영 자체가 어떤 사람이 연출한 플롯에 도구로 동원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 옴부즈맨을 맡았던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당시 취재진은 성재기 씨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구조의 임무는 있다. 투신 예고를 쇼로 볼 수도, 진짜로 볼 수도 있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보도 태도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투신하겠다고 하는 상황이었으니, 피해를 최소하하기 위해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본다”며 “(이번 경우는) 성재기 씨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일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적 측면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었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신은 인권 문제… 뉴스거리로 취급 말고 우선 말렸어야”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성재기 대표의 극단적인 선택이 정당성을 지니고 있거나 공감을 받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투신은) 인권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무슨 행사나 뉴스거리로 취급하지 말고, 우선 그런 행위를 막거나 말렸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예방과 구조를 위한 신고를 2차례나 했다’는 KBS의 해명에 “말도 안 된다. 카메라로 찍고 있을 시간에 가서 말렸겠다”고 일축하며 “만약 극단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그 책임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고, 특히 미디어는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KBS가 (성재기 대표의 투신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일로 받아들였다면 더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투신’ 자체가 위험한 일이므로 예방적 조치를 먼저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연우 교수는 “KBS는 ‘투신할지 몰랐다’고 하지만, 촬영을 간 것은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한 것이 아닌가”라며 “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더라면 (이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KBS는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시위’ 등 중요 현안을 외면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않고 (성재기 투신에는) 취재를 간 것은 아쉽다”며 “이는 공영방송이 뉴스의 우선순위나 사회의 중요 의제 선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성재기 대표 투신 사흘째를 맞은 28일, 서울 영등포 수난구조대는 수색을 끝으로 성재기 대표에 대한 수중탐색 등 집중 수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성재기 대표에 대해서는 구조정을 통한 육안 순찰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 영등포 수난구조대는 28일 성재기 대표에 대한 수중탐색 등 집중 수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119 소방대원들과 한강경찰대 등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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