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들이 사내 업무평가 최하 등급인 'R등급'을 개인의 감정적 판단으로 매기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서 나오고 있다.

'R등급'은 MBC가 실시하고 있는 개인평가 중 최하의 등급으로,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기여도가 낮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인력'이 받도록 돼 있다. R등급을 받으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며, 3회 이상일 경우에는 인사위에 회부될 수 있다.

▲ 지난달 23일자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분, 세꼭지가 편성됐던 관례를 깨고 두꼭지의 아이템만 보도됐다. 국정원 관련 보도는 불방됐다. (사진=화면 캡처)

최근 <시사매거진2580> '국정원 보도 불방 사태'의 책임자인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보도 담당 기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상반기 업적평가에서 최하등급 R등급을 부여한 것도 감정적 판단에 근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80 기자들에 따르면, 심 부장은 해당 기자 인사 고과에 대해 "그 기자의 평판이 좋지 않다"며 업무와는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아래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23일 성명을 내어 "심 부장은 (담당 기자) R등급 부여의 근거로 불방 사태의 책임 외에 해당 기자의 '평판'이 좋지 않으며 근태가 불성실했다고 강변했다"며 "심 부장이 내세우는 인사평가 근거는 결국 '난 네가 싫다'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이처럼 부장 개인의 사적 감정에 근거한 인사평가는 정당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지난 23일 오전 MBC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MBC 본부 제공)

R등급이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부여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MBC 김모 기자는 지난달 3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변호사 겸직을 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는 오보를 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오보에 대해 '해당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김 기자는 지난달 24일 '근신 7일'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

'근신 7일'은 <컬투의 베란다쇼> 담당 PD인 유모 PD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난달 3일 받은 징계와 동일하다. 유 PD는 지난 4월 이상득·정두언 전 의원과 '누드사진 검색 파문'의 심재철 의원 등 여권 인사의 거짓말을 풍자하는 내용을 제작한 바 있다. 방송이 나간 후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담당 PD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편향된 방송이 됐다"면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는 유독 유 PD에 대해서만 R등급을 부여했다. 김 기자 인사평가에는 문재인 의원 오보와 관련한 일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등급의 형평성과 객관적 기준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이와 같은 '이중잣대'에 대해서 MBC본부는 "두사람 모두 '근신7일'의 징계를 받았고 심지어 김 기자의 보도는 실제 방송이 돼 외부기관의 경고까지 받았지만 R등급은 유 PD에게만 주어진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개인평가라면 그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으며 신상필벌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MBC본부는 "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받은 이른바 '최하등급'에 대해 납득할 수 없고, 오히려 그로 인해 조직 전체에 분열과 불신의 씨앗이 싹튼다면 '개인평가제'는 없는 것보다 더 못한 제도임이 자명하다"며 "사적 감정이 개입된 R등급은 전면 철회돼야 하며 지금의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평가의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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