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 노동조합(이하 KT노조)이 주요 중앙 일간지 및 경제지에 주파수 문제와 관련해 대대적인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노동조합이 사측의 문제에 이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KT노조는 3일자 주요 중앙 일간지와 경제지 1면 하단에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재벌의 주파수 돈잔치에 서민은 등이 휩니다’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호소문 형식을 띈 성명 성격의 글에서 KT노조는 일방적인 ‘박비어천가’와 함께 자사의 이해관계를 강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지난 반세기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화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있었습니다. 지금 창조경제 시대에는 제2의 경부고속도로, 즉 유무선 브로드밴드가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KT의 호소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유산인 경부고속도로를 칭송하며, KT의 ‘유무선 브로드밴드’를 ‘창조경제’의 경부고속도로에 빗댔다.

▲ KT그룹 노동조합이 주요 중앙 일간지 및 경제지에 주파수 문제와 관련해 대대적인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노동조합이 사측의 문제에 이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KT노조는 “선진국이 광대역 서비스를 통해 발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재벌의 강력한 저항과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합쳐져 광대역 무선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이번 주파수 할당방안은 “그동안 주파수 정책에서 일관되게 진행되어 온 재벌 우대 정책의 연장선이자 불평등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지적했다.

KT노조는 “정부가 발표한 주파수 할당안은 우리 KT그룹 노조의 대승적 결단과 30만 그룹 가족의 생존권을 여지없이 묵살했다”며 정부의 발표안은 “결국, KT에 밴드2에만 입찰토록 강요하는 것”으로 “재벌이 담합하게 되면 KT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쓰지 않는 한 재벌들이 공모 입찰하게 될 밴드1을 이길 수 없다”며 “KT가 4배 이상 돈을 더 써서 밴드2가 선택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마련한 현 경매제도에서는 재벌들이 밴드2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주파수를 최저가에 가져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KT노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의 핵심인 ICT 산업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쉼 없이 외쳐왔다”며 올해 임단협에서 굴욕적인 ‘백지 위임’을 한 상황을 “뼈를 깍는 심정으로 양보”한 것이라며 이는 “KT노조 30만 가족의 생존권이 백척간두에 걸려 있는 지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KT노조는 인접 대역 주파수를 싼 값에 할당받지 않는다면 “목숨을 건 투쟁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며 “재벌 특혜로 판정난 정부의 주파수 할당방안이 대통령의 뜻이 아닐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므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명해 주파수 정책을 새롭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KT노조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주파수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표명한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진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노조와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주파수 정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이는 성명성 발표 수준의 통상적인 활동이었다. 하지만 KT노조의 경우 이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초강수의 접근을 보여주고 있단 평가이다.

이에 대해 한 신문 업계 관계자는 “1면 하단 광고의 경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소 1,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에 이른다”며 “KT노조가 20개 매체에만 광고를 집행했다고 해도 3억에서 10억 사이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회사 측이 노조의 이름을 빌려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 경력이 20년에 달하는 한 관계자 역시 “회사와 노조가 짜고 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노조 김금배 홍보국장은 “몇 개 매체에 광고를 내고 어떤 경위로 내게 됐는지는 총괄하지 않아 내용을 잘 알지 못 한다”면서 “다만, 광고가 필요하단 판단에 따라 내게 됐다”고만 말했다. 광고 집행 결정이 노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냐는 물음에는 “자세한 것은 정책실장만 아는데, 오늘은 통화가 어렵다”며 “아는 것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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