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여론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성공회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 총학생회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정부 시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을 공개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국정원이 대북심리전 하는 것은 당연”
시국선언 대학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절차 훼손”

2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정조사에 반대할 이유 없고 국정원측을 감쌀 힘도 없다”며 “다만 수사, 재판 중인 사건을 너무 정치공세로 계속 끌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입장”이라고 발언했다.

▲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열람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며 "만약 야당이 계속해서 책임회피로 일관할 경우 대화록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김진태 의원은 “(국정조사는) 기본적으로 검찰수사가 끝나고 나서 하는 것”이라면서 “국정원 댓글뿐만 아니라 여직원의 인권유린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이 종북 세력에 대한 대응활동 또 대북심리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선 때 이게 좀 불리하게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이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건데 그러면 선거 때만 되면 자기가 해야 될 일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국선언을 추진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새누리당 측과는 확연히 달랐다.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울대 총학생회 최석원 정책기획국장은 “굉장히 여러 사람이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심각성을 제기해 줬다”며 대학생들의 여론을 소개했다.

최석원 국장은 “국정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국정원 철폐론까지 거론하시면서 경찰 축소설에 초첨을 맞추시는 분도 있었고, 정권의 개입이 심각하다 이런 분들도 계셨다”면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과 경찰이 사건을 축소 수사한 것은 확실히 수면 위로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민주주의의 절차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모든 학우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국선언의 취지를 밝혔다.

▲ 20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 은폐, 축소 조사를 규탄하기 위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국선언 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또, 최석원 국장은 “이걸 마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편가르기로 프레임을 해서 마치 이제 시국선언이나 성명서 발표를 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들이고 아니면 이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자들이고 이렇게 가르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절차가 훼손되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NLL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축약본 공개를 둘러싼 공방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축약본을 열람하고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이 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보나 이런 부분에서 국민의 알 권리나 전직 대통령의 역사관 등의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결론을 내리고, 결국은 국민들께서도 분명 어떤 게 진실인지 아셔야 하는 걸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김현숙 의원은 국정원이 애초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볼 것이냐, 대통령의 기록물로 볼 것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라며 “그 부분은 전문가의 판단이 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이슈를 바꾸기 위해서 이런 돌출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정당도 아닌데 이런 식의 정치행위를 계속 하는지 이건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반발했다.

▲ 민주당 정청래 정보위원회 간사와 정보위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정보원 한기범 1차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을 새누리당에 건네주고 국회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이 보여줬다는 그 문건은 남북정상회담 원본이 아닌 왜곡된 내용이다"며 "국정원이 제2의 국기문란 사건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뉴스1)

우상호 의원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그런 현안”이라면서 “새누리당이 국정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습지만 이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상호 의원은 “과거 저희 정권 때는 아무리 국정원의 도움이 필요해도 국정원의 도청 의혹까지 스스로 수사해서 밝혔다”면서 “국정원의 도움을 좀 받으려고 하는 그런 목적으로 계속 보호하고 잘못한 것을 덮어주려는 그런 태도는 집권 여당이 보일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우상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관련 대화록에 대해 “어차피 현행법상 전문을 다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그걸 이용해서 적절히 일정한 내용을 편집하거나 혹은 날조한 것”이라며 “전형적인 물타기 정치”라며 반발했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법에 따라 국회 3분의2의 동의를 얻어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도 공개하고, 사본도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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