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고 이후 판문점 시험통화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다. 13일 북한은 회담의 무산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 정부에 있다는 공격적인 입장을 내놓았으나 통일부는 이를 왜곡이며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해 상황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간 회담의 진전 사항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우리 통일부가 먼저 공개했더라면 이렇게 북한이 부당하게 공세를 취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했다.

20년 동안 굳어진 관행 고치기 쉽지 않아

홍현익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회담장소 등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에 연거푸 양보를 한 것에 대해 “그때부터 사실 불안했다”라며 “중국에게 남북대화를 더 열심히 하는 건 북한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홍현익 연구위원은 “중국지도부가 이번에 회담제안과 결렬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 어느 쪽이 더 대화에 열심이었다고 생각하는지를 빨리 파악을 해야 될 것”이라며 “남한이 북한보다 대화에 더 열심이지 않았다고 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중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또, ‘격’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홍현익 연구위원은 “그간의 관례로 보면 북한 측 얘기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으나 내용면에서는 과거 20년 동안에 사실 우리가 좀 양보해가면서 20년 동안이나 낮은 격과 우리 장관이 상대를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말도 맞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다 옳은데 20년 동안의 굳어진 관행을 한 번에 그 회담도 하기 전에 뜯어고치려고 했다고 하면 차기에도 회담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이 북한측에 있다며 진정성 있는 태도로 다시 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새누리당측은 정부의 대응을 옳게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가 회담에 있어서 격을 맞추겠다고 지적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행동을 취한 것은 굉장히 잘한 행위”라며 정부를 추켜세웠다. 또, 정문헌 의원은 “우리 차관은 굉장히 책임 있고 권한 있는 그런 어떤 직위인 반면에 지금 서기국, 조평통이라는 단체는 노동당의 어떤 외곽 기구”라면서 “거기 서기국 국장이라는 것은 사무를 보는 직이지 어떤 대남 정책을 결정을 하는 데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문헌 의원은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장관급이라고 한다면 북한에는 아마 장관급이 한 100명, 300명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남쪽이 자기들의 지방정부인양 취급하는 그런 못된 습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 "남한은 북한의 지방정부 아니야", 민주 "총리급 회담 제안하면 북한도 동의할 것"

향후 전망에 대해서 정문헌 의원은 “6자회담을 포함해서 다양한 접근법을 검토하는 것이 사실상 필요하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꼭 6자회담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미중 대화를 포함한 3자든, 5자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일부 언론이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의 다자협력기구가 제안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우리 정부 측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정부가 북에 대해서 상대방의 회담 수석대표를 적시해서 요구했다는 것 역시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면서 “정부간 대표끼리의 당국 회담에 저쪽 당에 핵심인사를 지목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동영 고문은 “개성공단과 이산가족들의 심정으로 돌아가서 좀 더 대국적인 흐름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개성공단 해결처럼 실무회담으로 풀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의제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정동영 고문은 향후 전망에 대해 “포괄적인 주제를 논의 하기 위해서 총리회담으로 결단을 내리는 방법이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총리급 회담을 제안하면 북한도 응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또, 정동영 고문은 “차관급 당국자가 나와서 개성공단 문제를 원 포인트로 해결하는 회담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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