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오늘로 예정됐던 당국회담에 참여할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회담이 무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요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야권은 대체로 정부가 과한 요구를 했다는 반응이다.

12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실무 접촉에서 김양건 부장을 나오도록 강요한 것이 문제가 있었다”라고 발언했다. 박지원 의원은 “(북한은) 우리 정부와 정치 구조가 달라서 김양건 부장은 장관급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에 구태여 대입시키자고 한다면 부총리 급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큰 흐름이 긴장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이런 큰 국면에서 작은 데 연연해 가지고 대국을 그르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영 고문은 “북은 당이 지배하는 나라고 우리 행정부와는 이제 좀 다르다”며 “김양건 부장은 저쪽에서 우리로 보면 국정원장, 통일부장관을 합친 직책이므로 정확하게 통일부 장관의 맞상대는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남북당국회담 취소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 전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우리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북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뉴스1)

북측에서 수석대표로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통보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통일부 차관을 상대로 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조평통이라고 하는 조직 자체가 비록 통전부의 산하기관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밑의 사람들이라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도 검찰총장이 법무장관 산하에 있지만 그것 역시 장관급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이번 방중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경우도 칭호가 정치국장이지만 인민군의 총 대표다”라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격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동영 고문은 “조평통이라는 건 통전부의 선전기구인데 거기에 서기국의 총괄책임자니까 나름대로는 역할이 있는 직책이겠지만 국장은 국장”이라며 “남쪽도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고 북쪽도 나름대로 좀 고민을 해서 (명단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재정 전 장관은 남북당국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 당분간 어려우리라고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거나 객관적으로 남들이 알 수 있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내는 등 상황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미국과 중국 등의 정세를 보아서도 곧 조정해서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회담의 성격을) 차라리 격상시켜서 총리급 회담으로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다.

정동영 고문은 “이제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며 “북한을 대화국면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하는데 형식을 가지고 내용 자체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 것은 이것은 누가 뭐래도 하책”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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