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9일 오전 10시부터 10일 새벽까지 당국자 간 실무접촉 회담을 진행해 12일 서울에서 회담을 열기로 한 것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C 통일방송연구소 김현경 부장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평화협력 논의의 틀 속에서 남북대화가 뒤쳐지지 않았다는 점, 더 나아가 앞으로 북미대화나 6자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마련했다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상황을 전했다.

김현경 부장은 핵심 쟁점은 회담에 누가 나오는지와 의제로 무엇을 다룰 지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경 부장은 “우리 쪽에서는 김양건 통일선전부장이 나와야 한다고 계속 요구를 했던 건데 발표문을 보면 북측의 발표문에는 상급당국자가 나오기로 했다”며 “북한의 내각에는 우리의 통일부처럼 남북문제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기 때문에 내각책임참사라는 직제를 만들어 장관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현경 부장은 “북한의 내각이라는 것은 당의 지도를 받는 기관이고 내각의 권위자체가 훨씬 낮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이 일부 보수층 전문가들의 입장”이라며 “결국은 22차 장관급회담이 아닌 당국끼리 회담으로 명칭까지 명경되는 그런 진통을 겪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왼쪽)과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데 인식을 함께하면서 장관급 회담의 의제와 대표단 규모, 일정 등에 대한 실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통일부 제공, 뉴스1)

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관련하여 김현경 부장은 “남쪽의 발표문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까지 나와 있지만 ‘등’에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경우 6.15및 7.4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의 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이 세 가지가 더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현경 부장은 “북한은 이번 합의문에서 6.15, 7.4, 민간교류협력사업, 이것은 반드시 넣었어야 하는 마지노선이었다라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이걸 명시를 할 수가 없다는 그런 입장이 분명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현경 부장은 “북한은 일단 7.4와 6.15에 대해선 남측이 남북 간에 기존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의 시금석으로 보는 것이며 민간교류의 정상화를 노린다고 할 수가 있다”면서 “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민간이라도 당국의 통제를 받는 당국자 중에 한 사람이다”라며 남북의 시각차를 해설했다.

여당 내부에서 입장 엇갈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시각차가 있는 분위기다. 같은 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한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북한이 이처럼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일단 대화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대내에 알리려는 의도”라면서 “북한 수뇌부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고 또 남북 대화를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상태에서 북미 대화에 나서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이 먹힌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해석에 대해 강은희 대변인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시종일관 대북정책에 대한 기조는 분명하다”면서 “대선을 통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약속을 하셨다”며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부를만한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은희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화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분명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담겨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비핵화 원칙과 관련해서 강은희 대변인은 “한반도 전체에 비핵화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대화시작부터 비핵화를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의제로는 삼되 처음부터 비핵화를 거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제와 관련해서도 강은희 대변인은 “개성공단 문제를 정말 풀려고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은 꼭 해야 된다”고 발언하면서 6.15 행사 등의 공동개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7.4 공동성명기념 행사 공동개최의 경우 강은희 대변인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가 회담을 할 때 상대편이 싫어하는 의제를 던지면 회담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보다도 우리가 회담을 하는 목적과 원칙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정부의 원칙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또, 하태경 의원은 “우리가 중국, 북한과 회담할 때 아무래도 저자세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나 대한민국에 오려고 했던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항상 의제에 포함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태경 새누리당 북한인권 및 탈북자ㆍ납북자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외교부 김규현 1차관 및 탈북자 관련 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라오스 탈북자구명 강제북송 관련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위원회 긴급회의에서 탈북 청소년 북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하태경 의원은 “라오스 탈북자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논의가 많이 됐는데 정작 중요한 남북대화 채널이 열렸는데 아무 이야기도 안 하는 것은 우리 사회 자체에 대한 불신”이라며 “라오스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자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이 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은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회담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된 이후에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 비핵화 관련 제3의 대안 마련해야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이번 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정부 측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장관급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을 전제로 만난 준비회담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도 부드러웠던 것 같고 물론 몇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회담 의제와 관련하여 정동영 고문은 “개성공단은 북의 일방적인 철수 결정, 노동자 5만 3천명을 철수시킴으로써 또 남쪽에서 개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은 데서부터 위기가 생긴 것”이라면서 “북이 일단 개성사태를 일으킨 것이고 이건 북의 입장에서 봐도 패착”이라고 발언했다. 정동영 고문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에 이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의제로 제안을 해 왔는데 정치군사적인 이런 상황과 개성공단의 발전을 가능하면 좀 떼어놓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전북 전주시 다가동 성광교회에서 '북핵과 개성공단'에 관한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또, 정동영 고문은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서 “(박왕자씨 피격사건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 그룹 회장에게 재발방지 약속을 했고 북은 그것을 문서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재발방지 문서화만이 쟁점이라면 사실 이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동영 고문은 “금강산을 정상화하려면 개성공단 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또 시간상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6.15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의 공동개최와 관련해서 정동영 고문은 “큰 그림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라며 단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동영 고문은 “7.4 공동성명에는 통일원칙과 함께 서로를 인정하면서 끊어진 민족적 연계를 잇자, 그리고 제반 남북교류를 하자, 또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이런 합의가 들어있다”면서 “큰 그림의 원칙이 정해진다면 저는 6.15와 7.4를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기념하자는 것은 작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정동영 고문은 비핵화 원칙과 관련하여 “아마 막판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쉬운 것부터 해결을 해 가고 마지막에 제일 큰 벽, 암초가 비핵화 부분이 될 것”이라면서 “비핵화 논의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제3의 방안을 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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