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풍자한 MBC 라디오 PD가 3일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의 거짓말을 풍자했던 <컬투의 베란다쇼> PD에게도 '근신 7일'이 결정됐다.

MBC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지난 4월 1일 방송에서 김재철 전 MBC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을 노래와 함께 내보낸 바 있다. 이날 방송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사장이 나갔어요'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내보내거나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를 배칠수씨가 성대모사하는 MB의 목소리를 통해 언급하는 등 김재철 전 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M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방송이 나간 후 MBC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담당 PD A씨를 타부서로 발령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MBC 내부선 4월 내로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했으나 김종국 사장의 취임과 인사로 인사위는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MBC는 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취업규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담당 PD에게 정직 6개월을 내렸다.

징계를 받은 A씨는 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심을 청구하긴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박재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홍보국장은 "PD와의 협의를 통해서 재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규정에 따르면, 징계 이후 일주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재심이 청구된 후에는 MBC 측에서 일주일 내로 징계를 재심해야 한다.

징계의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BC는 3일 동 인사위에서 <컬투의 베란다쇼> 담당 PD B씨에게도 '취업규칙 위반'을 들어 '근신 7일'을 내렸다. <컬투의 베란다쇼>는 지난 4월, 이상득ㆍ정두언 전 의원과 '누드사진 검색 파문'의 심재철 의원,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등 여권 인사들의 거짓말을 풍자한 바 있다.

당시 김현종 국장은 등장인물 9명 가운데 8명이 보수진영 인사라는 것을 문제삼으며 "B씨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편향된 방송이 됐다"면서 B씨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풍자를 시도했던 PD들이 잇따른 징계를 당하는 것에 대해 MBC PD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MBC 한 PD는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백번 양보해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담당 PD에게 정직 6개월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PD는 "징계를 추진한 국장과 인사위원회의 임원들이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못한 채 담당 PD에게 가혹한 징계를 내렸다"며 "이들에 의해 MBC가 아직도 휘청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웃자고 한 프로그램에 죽자고 달려드는 MBC에서 어떻게 방송을 만들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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