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예술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꾸준히 후퇴해 왔다는 것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특히 예술이 정치 영역과 결부되는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 대한 제재 조치가 이루어졌다.

G20 개최 당시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 박정수 씨는 공용물손괴죄로, 전두환 풍자 그림을 연희동 일대에 붙인 예술가 이하 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 당했다. 영화 <자가당착>은 현존 인물인 박근혜 대통령을 닮은 마네킹의 목이 베이는 장면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일들의 배경에는 정치와 예술을 분리할 수 있다는 관계 당국의 인식이 작용했다. 즉 ‘순수한 예술 작품’에 ‘정치적 목적’이 끼어드는 순간, 해당 작품은 예술보다는 정치 행위의 파생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최근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청년유니온의 플래시몹 퍼포먼스가 불법 집회라는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비록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내용과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다”며 예술과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는 지난 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헌법 제22조 ‘예술, 헌법 제22조를 반추하다’ 포럼을 열었다.ⓒ미디어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는 이와 같은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지난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진행한 데 이어,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헌법 제22조 ‘예술, 헌법 제22조를 반추하다’ 포럼을 열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플래시몹이 정치냐 예술이냐를 나눌 수 있느냐는 논쟁에 빠지기보다는 간단하게 ‘이건 정치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다’고 정리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문도 플래시몹이 예술임을 배제한 건 아니고 정치와 예술이 혼재되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어떤 면에서 예술이 정치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정치영역을 건드리는 순간 예술의 자유도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최근 현상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민주화 이후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높지 않고 억압적인 정치 규제법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정치적 공간이 민주화와 자유화의 높은 수준을 구가하지 못하는데 예술의 자유를 내세워 표현의 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은 몽상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즉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해야 높은 수준의 정치예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정희 연세대 겸임교수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예술은 인간의 본질적이고 보편적 특성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사회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자유를 신장하는 것이 예술의 자유까지 신장한다고 볼 수 있지만, 예술의 범위를 넓혀 사회적 영역을 확장하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키우는 재개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예술이나 예술의 역할은 법률과 달리 ‘불명확해지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더 많이 개척하고 확장하는 것이 예술 혹은 예술가의 역할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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