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말 그대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늘(26일),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사퇴한 지 딱 한 달 만에 새 사장 공개모집이 마감된다. 15명가량의 인물이 도전의사를 밝힌 가운데 향후의 과정은 방문진 여·야 이사들의 선택과 합의로 남게 됐다.

내부 구성원들과 전문가, 시민사회 등 MBC 안팎의 시선이 지난 3년 동안의 '김재철 체제'의 상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장 선임은 1년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임기임에도 MBC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고 평할 수 있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는 첫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의 중대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누가 지원했을까?

지원자 대다수 MBC 기자 출신…PD출신은 안광한 MBC 부사장뿐

현재(26일 오후3시)까지 사장 공모에 지원 의사를 밝힌 인물은 강성주 포항 MBC 사장, 김종국 대전 MBC 사장, 김종오 전 대구 MBC 사장, 안광한 MBC 부사장, 정준 전 제주MBC 사장,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최명길 MBC보도국 유럽지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등이다.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김성수 목포 MBC 사장은 막판까지 고민을 하다 지원을 포기했다. 거론된 이들 중 절대 다수는 MBC 기자 출신이다. PD 출신은 안광한 부사장 뿐이다. '나는가수다' 등 MBC 간판 PD인 김영희 PD 역시 사장 후보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후 3시 현재 <미디어스>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한 강성주 포항 MBC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는 전횡이 있었다"며 "현재 최고의 인력이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전반적으로 인력이 재배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지금 상황은 여·야 정치권의 간섭이 어느 때보다 적은 시점 같다"며 "나는 MBC 출신 국회의원이 아니면 연을 맺고 있는 의원들이 없다. 청와대 쪽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정흥보 전 춘천 MBC 사장은 "창사 이래로 최대의 위기"라며 "장기 파업으로 인해 내부 갈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위기 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내가 만약 사장이 된다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해서 인사조직, 프로그램, 시스템, 글로벌 사업 등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점검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대외적 조치로 신뢰회복을 위한 '대국민선언'도 생각하고 있다. 노사를 막론하고 자기 반성을 통해 국민의 방송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정 전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체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해고자 문제는 '법과 원칙'에 의해서 판단해야 한다. 더이상 파업-해고-복직의 악순환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준 전 제주 MBC 사장도 "MBC 브랜드 가치 회복이 중요하다"며 "노사간 파행으로 MBC의 시청률이 폭락됐고 미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비할 MBC의 에이스들이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과 조직이 그만큼 산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 전 사장은 '김재철 사장'에 대해 "현재 전임 사장에 대해서 평가할 위치에 있진 않다"며 "해고자 문제는 내부로 들어가서 봐야 할 것이지만 노조도 여러 개로 나뉜 상태이고 협회 등 조직들도 갈라져 있는 상황이다. 사측도 노조를 존중해야 하고, 노조도 회사의 인사권을 존중해야만 화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종오 전 대구 MBC 사장도 "전체적으로 MBC 프로그램 조직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다. 내부 소통도 안 되고 금이 간 조직이 무엇보다 회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 공모 의사를 수 차례 밝혀왔던 황희만 전 MBC 부사장은 "MBC 정상화의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언론에)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방문진 이사들에게 직접 설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은 24일 <연합뉴스>를 통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구체제와 노조 양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MBC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 채널 이미지를 바꾸고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 바 있다.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도 공모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아바타'로 불리는 이들은?…김종국, 안광한만 의사 밝혀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국 대전 MBC 사장,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 전영배 MBC C&I 사장 중 안 부사장과 김 사장만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진숙 본부장과 전영배 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 MBC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왼쪽부터) 안광한 MBC 부사장, 김종국 대전MBC 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전영배 MBC C&I사장

안 부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대표적 측근으로 지난해 170일 파업에 참가했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남발해 온 인물이다.

안 부사장은 25일 <미디어스>에 "문화방송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문화방송을 정치 지향성이 강한 조직에서 고객에게 봉사하고 콘텐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 콘텐츠 기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재철 전임사장이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다. 역대 사장도 마찬가지다. 만약 불법 정치파업에 적극 대응하고 사규를 어긴 사람들을 징계하고 사원의 본분을 다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임이라면 앞으로도 일관되게 책임지는 모습을 견지할 것"이라며 언론노조 MBC본부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2010년 3월 진주·창원 MBC 겸임사장을 맡은 이후 두 지역사의 통폐합을 주도했던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은 지역사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남발하는 등 노조를 강하게 탄압했던 인물로 꼽힌다.

김종국 사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원 의사를 밝히며 "김재철 사장 밑에서 임원을 하면 모든 이들이 다 김재철 사장의 라인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해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오늘(26일) 오후 5시 MBC 차기 사장 공모가 마감되는데,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공모에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승승장구 했던 '김재철 아바타'가 있다는 점"이라며 "지금이라도 MBC와 대한민국을 위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여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그러나…야당 이사 "낙점 인사 없어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청와대가 관여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외압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낙점 인사가 내정됐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야당 추천 최강욱 방문진 이사는 2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낙점을 받아서 오는 사람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정치 권력은 분명히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개입하려고 들 것이다. 이 지점이 가장 우려스럽기 때문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엠비씨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이사는 "(사장 후보자들이) 현재 MBC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상화를 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사장 후보자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할 것이고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모집요강에 적시된 항목이 보편적인 사장 선임의 기준일 것"이라면서도 "공정성이라는 구호를 내걸면서 뒤로는 자신의 정치적 편향을 보여줬던 사람들이 많았었다. (MBC 사장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너무 강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런 거창한 구호를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MBC를 세계적인 글로벌 콘텐츠 방송국으로 만들 수 있는 비전을 지닌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며 "문화의 파급효과, 부가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사장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기보다 사장 후보자들이 내는 경영계획서를 가지고 면밀하게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방문진은 오는 29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들의 경영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최종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한다. 내달 2일에는 개인 PT를 포함 면접 과정을 통해 차기 사장 내정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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