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이 이사장 및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불교방송 이사회는 지난 19일 오후 2시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뮤지컬 '원효' 자금 횡령의혹 등으로 불교계 안팎으로 논란이 된 영담 스님을 이사장과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조계종 이사 스님들이 영담 스님의 이사직 해임 결의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어 불교방송 내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 ⓒ법보신문 김규보 기자

<법보신문>에 따르면, 이사회 개회 전 영담 스님은 사직서를 전달했고 종하 스님을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대한불교진흥원이 추천한 이사들을 중심으로 "해임의 당사자가 직무대행을 임의로 선출할 권한이 없다"며 반발했다. 조계종 이사 스님들과 여타 이사들의 갈등은 당일 이사회에 한해서만 종하 스님이 임시의장을 맡는 것으로 타협하면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양측 이사들은 영담 스님 거취와 관련해 '이사장 및 이사 해임안'과 '사직서 수리'를 놓고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를 두고 또다시 격론을 벌였다. 장시간 논의 끝에 두 안건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고 표결에 참석한 18명 중 10명이 '이사장 및 이사 해임안'에 동의해 해임안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행' 속에서 이사장 영담 스님은 해임됐지만 불교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특정 종단에 의해 발생하는 방송의 사유화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불교방송의 한 이사는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사장 해임의 의미에 대해 "이사장님께서 여러가지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불교방송을 운영했고 방송을 독단적으로 사유화했다"며 "이채원 사장이 자기의 뜻을 따르지 않자 그를 부적절한 사유로 해임하고자 했다. 그러한 행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대립이 있었고, 이사장은 적절한 원칙에 따르지 않은 채 관련 회의마저도 독단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불교방송 정상화'에 대해 묻자, 이 이사는 "지금처럼 조계종 스님들이 불교방송을 조계종의 귀속물로 생각하고 운영을 뜻대로 하는 이상 정상화의 길은 매우 요원할 것"이라며 "해임안이 의결된 이사회에서도 조계종 스님들은 결과를 부인하며 폭력에 가까운 행위로 이사들을 위협했다. 합리적인 원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위협을 통해 뜻을 관철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교방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계종 스님들의 무리한 행동을 막아내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전영신 불교방송 노조위원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사직 및 이사장직 해임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유효한 결과"라며 "깨끗하게 마무리가 됐다면 좋았을 텐데 논란의 여지가 남게 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불교방송 정상화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결정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영담 스님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나한테 묻지 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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