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3사의 월화드라마 전쟁이 일찌감치 M본부의 <구가의 서>와 K본부의 <직장의 신> 2파전으로 정리됐다. 김태희의 TV 드라마 복귀작, 장희빈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로 주목 받았던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첫 회를 최고 시청률로 찍고 회차마다 내리막길 눈썰매를 타는 중이다.

물론 <장옥정> 비판의 핵심은 역시 김태희 배우의 연기력에 쏠렸다. 사극에 맞지 않는 대사톤과 미흡한 전달력,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든 하이힐 고무신, 또 지겨운 김태희 연기력 논란이 시작됐다.

김태희 연기력 논란, 이제 대중도 지겹다

김태희가 드라마를 할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라 이제 대중도 지겨울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러나 이런 지겹고 짜증나는 논란의 중심에는 가벼운 연예기사의 패턴, 그러니까 언제나 씹고자 하는 대상이 덜컥 미흡한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줄 때 1초를 놓치지 않고 생산되는 언론기사가 있다.

드라마가 논란에 빠지면 시청률은 더 오르게 마련이라는 속설도 <장옥정>에는 통하지 않는다. 방송 첫 주 <장옥정>을 선택했던 시청자들이 그 다음 주엔 K본부와 M본부로 채널을 갈아탔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재미가 없어서다. 아무리 요즘 드라마가 아역의 탄탄한 연기에 기반해 성인연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어린 숙종과 장희빈의 만남과 약속에 ‘낭만적이네’라며 몰입할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선악의 감정을 쏙 뺀 장희빈에 대한 재조명이야 얼마든 환영이다. 어차피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관계는 그 시절 당파싸움의 희생양이었단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김태희는 로또일 수 없다

완성도 떨어지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 맛없는 음식점에 파리가 날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미인이라고 해서 그 식당이 흥할 수 있겠나. 시청자는 이렇게 솔직한 선택으로 보여준다.

▲ 배우 김태희가 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엠블호텔에서 열린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스1

그 와중에 가장 안타까운 건 숙종역 유아인과 장현역 성동일, 동평군역 이상엽 같은 배우의 열연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인물들은 새 배우의 옷을 입고 훨훨 날아다닌다. 그러나 드라마의 타이틀롤 장옥정이 삐걱대니 이들의 열연이 빛을 보려해도 볼 수가 없다.

김태희를 캐스팅한 부성철 감독은 "로또 당첨된 기분"으로 당시의 느낌을 표현했다. 과연 김태희가 로또일 수 있었을까. 몇 개 안 되는 표정과 어설픈 발성으로 자기 배역 소화조차 버거운 데뷔 10여 년차 배우가 로또일 수는 없다.

적어도 숫자 6개는 있어야 하는 로또 번호에 웃는 표정과 화난 표정 두 번호밖에 없는 김태희는 번호 두 개짜리 복권이다. 당첨이 될 리가 없다.

다른 채소를 시들게 하는 사과, 사과를 냉장고에 넣은 사람 책임이다

김태희는 사과다. 과일과 채소가 기본적으로 배출하는 에틸렌이라는 호르몬, 사과는 그 호르몬을 워낙 많이 배출해 함께 보관하는 과일이나 채소는 빨리 시들게 된다.

유아인과 성동일을 시들게 하는 사과, 김태희를 내세운 감독이 잃을 것은 그나마 드라마 판에서 쌓은 캐리어요, 얻을 것은 대중적 실망이다. 2005년인가 이효리가 화려하게 브라운관에 진출해 참혹한 결과를 낳았던 <세잎 클로버>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장옥정> 제작진은 퓨전 사극을 고려해 김태희에게 하이힐을 신키기 전에 발성연습부터 시키는 게 어떨까. 웃거나 혹은 화나거나, 두 가지 표정으로 소화하기는 불가능한 오묘한 캐릭터 장희빈을 소화하기엔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다.

박은지

30대 중반 아줌마. 과거에는 연극과 영화에 빠져 살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직장생활과 가사.육아노동으로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고급문화 향유는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TV는 유일하게 그녀의 문화욕구를 채워주는 통로. 그러다 보니 TV에 할 말도 많고 생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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