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불교방송) 라디오 진행자였던 성전스님이 8일 생방송 도중 아나운서를 내쫓고 방송을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성전 스님은 지난달 13일 ‘이채원 BBS 사장이 승가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을 거부했던 스님 7명 중 한 명이다.

▲ 성전스님에게 항의하는 박상필 편성제작국장 ⓒBBS 노조

성전 스님은 이날 오전 자신의 프로그램을 대신 진행하던 여자 아나운서를 밖으로 보내고 방송을 진행했다. 이 아나운서는 이미 오프닝멘트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방송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법보신문>에 따르면, BBS 직원들은 성전 스님에게 진행자 교체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

박상필 BBS 편성제작국장은 "생방송 도중 부적절한 말을 해서 방송파행을 야기하신 분이 일언반구 말도 없이 다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은 청취자들과의 약속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BBS의 파행은 이사장인 영담 스님의 '해임안'이 오는 12일 열리는 차기 BBS 이사회에 상정된 상황에서 영담 스님을 지지하는 스님들이 이사회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영담 스님 측이 이채원 사장을 대기발령하는 등 정관과 사장복무규정에 없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비롯됐다.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선문 스님이 국장단 인사명령을 강행하면서 방송중단을 선언했던 진행자 스님들의 복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불교방송 노동조합(아래 BBS 노조·위원장 전영신)은 이러한 인사에 대해 지난 5일 효력무효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 BBS 사옥 17층 복도 양쪽으로 도열해 합장을 하고 성전스님에게 3배를 드리는 불교방송 직원들의 모습 ⓒBBS 노조

BBS 노조는 8일 성명을 통해 "불교방송 노동조합원을 비롯한 직원들은 8일 아침 방송 스튜디오 복도에서 성전스님 앞에 무릎 꿇고 '호소'의 삼배를 올렸다"며 "이는 방송국 정상화를 위해 임의적인 방송 진행 시도를 숙고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으나 성전스님은 이 같은 간청을 외면하고 방송을 진행 중이던 아나운서를 밀어내고 스튜디오를 무단으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BBS 노조는 "영담 이사장은 이사장 해임안을 상정하고 회의를 소집하려는 이사회의 결정을 스스로 무시하면서까지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이사회의 결의 없이 사장을 직무정지하며 그 근거로 '사장은 근로자'라고 우기는 거나, 의사봉을 두드린 사항을 뒤늦게 취소하겠다고 나선 것 모두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영담 스님은 8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방송사고에 대해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만 말했다. '방송 거부'를 한 7명의 스님 중 한 명인 마가 스님도 전화기를 꺼놓고 있다.

한편, 영담 스님을 지지하는 두 명의 BBS 직원들은 지난 4일 오후 8시 56분 경 BBS 건물 15층에 위치한 사장실의 시건장치를 임의로 열고 무단으로 침입한 뒤 자물쇠를 바꿔 출입을 봉쇄했다. 이에 대해 BBS 노조는 5일 사측에 가담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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