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의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MBC 후임 사장 공모 일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이다.

4일 정기이사회는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이 'MBC 사장 공모 일정' 자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아 공모 일정이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김문환 이사장은 3일 이사들에게 'MBC업무 보고가 4일 이사회의 안건이고, 사장 공모 논의는 간담회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광한 MBC 사장 직무대행의 업무 보고 이외에는 이사들이 논의할 수 있는 안건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 ⓒ뉴스1

이번 이사회를 통해서도 공모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안광한 MBC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계속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사장 공모 연기 움직임은 정기 이사회 전부터 감지됐다. 언론을 통해 사장 공모에 부정적 입장을 표한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이사회 전 <미디어스>에 "오늘 사장 공모 논의가 타결될 가능성은 60-70%일 것"이라면서도 "공모에 대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1-2주 미뤄질 것이고, 소위원회를 꾸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광동 이사는 "사장이 이미 정해져서 대기를 하고 있는 상태라면 공모 일정이 늦다, 빠르다, 이야기할 수 있지만 현재 사장이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잖나"라며 "누구를 내정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기에 1-2주 공모가 미뤄진다고 일정이 늦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 자리에서 사장 공모 일정 논의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여당 이사들은 "어차피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다시 사장을 뽑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현 '안광한 체제' 유지가 나쁠 것 없지 않겠냐" "4월 18일에 공모 일정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느냐" 등의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광한 MBC 사장 직무대행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콘텐츠 협력국' 설립 등 조직 인사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 차를 보이던 여·야 추천 이사들은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오후 7시 30분에 자리를 떠났다.

한편, 공모 일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여당 추천 이사 중 일부가 해외출장 계획을 잡고 있어 이사로서의 '책임 방기' 논란이 예상된다.

여당 추천 김광동·차기환·박천일 이사들은 오는 7일부터 6박 7일로 방문진 사무처의 지원을 받아 '밉티비(MIPTV) 콘텐츠 페어' 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차기환 이사는 해외 출장 계획에 대해 "콘텐츠 페어(contents fair) 일정은 예전부터 잡혀 있었다"며 "취소할까 하다가 예전부터 잡은 것이라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금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지 않겠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차 이사는 "3~4일 늦어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김광동 이사도 "해외 출장과 공모 일정 논의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여당 이사들이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됨으로써, 사장 공모 일정 논의는 18일 정기이사회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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