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일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 대신 영화 <러브픽션>을 방영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마의> 후속 드라마 이승기, 배수지 주연의 <구가의 서>가 방영돼야 했지만 <구가의 서> 제작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 1일 오후 9시 55분에 방영된 <2013 봄 MBC 드라마 빅3 스페셜> ⓒMBC 홈페이지 화면

<구가의 서> 첫 방송일이 8일로 결정되면서 대신 MBC는 월화 드라마 시간대의 공백을 잇따른 홍보성 스페셜 프로그램과 영화로 메웠다. MBC는 1일 오후 9시 55분 <2013 봄 MBC 드라마 빅3 스페셜>을 방영했고 이어 <MBC다큐스페셜 '우리가 몰랐던 허준 이야기'>를 내보냈다. 2일에는 <PD수첩> 대신 <MBC 특선영화 '러브픽션'>이 방송됐다.

MBC 관계자는 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가의 서' 제작이 지연돼서 대체 편성된 것"이라며 "허준 다큐스페셜은 이미 허준 런칭 당시부터 잡혀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가 프라임 시간대에 잇따른 자사 드라마 홍보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급기야 <PD수첩> 대신 영화 <러브픽션>까지 방송한 것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 PD는 "시청자들에게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게 공영방송의 의무이자 도리"라며 "PD수첩 대신 영화를 방영한 것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현 MBC의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PD는 "사측의 말 대로 제작이 지연돼서 대체 편성이 된 것일 수도 있지만 타 방송사 드라마가 끝나는 것에 맞춘 전략적인 편성일 수도 있다"면서 "사실 전략 편성일 경우, 티가 나지 않게 대체 편성을 해야 하나 너무 눈에 띄는 홍보성 프로그램이었다. MBC 내부 인력들이 징계와 교육 등으로 외부에 있다보니 프로그램 제작이 부실해지고 진지한 고민 없이 외주 중심, 홍보 중심의 프로그램이 제작된다"고 비판했다.

다른 PD는 '허준 다큐'와 관련해서 "촉박한 시간에 가능한 아이템을 찾다보니 조금은 편한 자체 드라마 아이템이 잡힌 것 같다"며 "이번 다큐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역량이 서투른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피디들이 아직 바깥에 있고, 서로가 서로를 커버해주어야 함에도 그 지점들이 모자라다보니 일시적이고 홍보적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PD는 "현재 MBC가 편성에 있어서 혹은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정상적으로 안착이 잘 된 상태였다면 단순히 영화가 아닌 파일럿 프로그램 방영을 통해 모험과 시험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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