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비상 편성 체제'에 놓여 있는 OBS가 올해 제작비를 90억 원으로 삭감해, 지상파방송사로서의 자체 제작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OBS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통해 연간 제작비를 90억 원으로 결정, 전년 대비 30억 원 축소했다. 경영 상황의 악화로 OBS의 연간 제작비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이번 사업 계획 수정이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옥 ⓒ전국언론노동조합

연간 제작비 90억 원으로 삭감

OBS는 개국 초기 연간 제작비가 250억 원에 이르렀고 2012년에는 악화된 경영으로 120억 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마저도 윤승진 OBS 신임 사장 취임 이후 90억 원으로 추락했다.

OBS 측은 제작비 축소를 통해 재정적자를 만회하고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측이 비상편성 체제를 단기간 안에 풀 생각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급격하게 줄게 돼 앞으로 OBS가 지상파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OBS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파업 기간 중 <명불허전>, <올리브>, <꿈꾸는 U> 등의 정규 프로그램은 제작 중단됐고 데일리 스포츠 프로그램인 <통쾌하다 스포츠>는 폐지됐다. 또, 보직간부나 파업 미참가자가 담당하고 있거나 임시 담당했던 데일리 생방송 <OBS>와 <독특한 연예뉴스>, 편성국에서 제작하는 <TV전격소환> 등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재방송'으로 방송이 돌아가고 있다.

OBS 관계자에 따르면, 축소된 제작비로 인해 <오늘의 월드뉴스> <OBS 초대석> 등 기존의 보도 관련 뉴스와 <TV전격소환>(옴부즈맨 프로)과 같은 일부 법정 편성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시청률을 견인해 오던 야구 중계 역시 현재 상태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OBS 노조는 "연간 제작비 규모가 120억에서 90억으로 축소된다는 의미는 명약관화하다. OBS에 더 이상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없으며, 이제 OBS는 비상경영의 이름 아래 '무한 재방송 채널+외주제작 채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OBS에 현재 수준의 인력이 필요 없다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대규모 인력감축을 통해 자본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혀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학균 OBS 경영국장은 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외형적인 제작비 부분만 따졌을 때는 90억원 수준이지만 앞으로 기획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제작이 확정된다면 이 수준보다는 높아질 것"이라며 제작비의 변동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러나, 김 경영국장은 "제작비가 줄어든다면 재방의 비율이 높아지거나 인력이 축소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주 제작과 재방송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노조 "사측, 대화해야"

이와 같은 OBS의 '비상 경영 체제'와 맞물려 노사의 입장 차가 선명해지고 있지만, 양 측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김 경영국장은 "회사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업에서 일하는 OBS 피디들의 문이 좁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강화된 기획을 가지고, 지상파3사와의 차별성에 초점을 둔다면 새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의 문제는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OBS 노조도 "'정리해고는 곧 사회적 살인'이라는 정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OBS는 100% 자체편성으로 자체제작 비율이 높은 독립 지역민방사로 이에 따른 유무형의 정책적 혜택도 존재한다"면서 "곧 다가올 재허가 국면에서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것은 조합을 벼랑 끝에 몰아붙이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BS 노조는 "현재 매우 심각하다. 사업 계획 변경안과 편성 계획안 등을 가지고 사측과 협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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