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이 26일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회에서 5:4로 통과됐다. 끝내 돌아서지 않았던 2명의 여당 추천 이사들의 투표가 결정적이었다.

붕괴된 '김재철 체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철 사장은 2010년 6월 이근행 당시 MBC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2012년 정영하 노조위원장,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회장을 줄줄이 해고했다. 올 1월에는 '삼성 X파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상호 기자가 해고의 아픔을 겪었다.

26일 <미디어스>는 최승호 PD와 박성호 전 기자회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재철 사장 해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현재 뉴스타파 앵커로 활약하고 있는 최승호 PD는 "개인적으로 해임이 안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다른 식구들이 김 사장이 해임됐다고 이야기해서 매우 놀랐다"며 "김재철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사라진 뒤에, 그와 같은 캐릭터가 또 등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작년 1월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주도하다 '회사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해고됐던 박성호 전 MBC기자회장도 "그동안 MBC 구성원들이 '희망고문'을 숱하게 겪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호 전 회장은 "변함없이 중요한 건 MBC 재건 문제"라며 "앞으로도 합당한 사장이 선임되는지, 어떤 인사가 내려질지 주시하고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최승호 PD와 박성호 전 기자회장과의 전화인터뷰.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

▲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 ⓒ뉴스1

미디어스(아래 미) : 최근 근황을 좀 듣고 싶다.

박성호(아래 박) : 도 닦고 있었다.(웃음)

미 :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박 : 무엇보다 방문진의 결정을 존중한다. 아직 기사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MBC 구성원들이 '희망고문'을 숱하게 겪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

미 : 향후 MBC에 대한 전망을 듣고 싶다. 김재철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바라보나?

박 : 당연하다. 김재철 사장 이후가 중요하다. 일단 1차적인 목표였던 현 사장의 퇴진이 달성됐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변함없이 중요한 것은 'MBC 재건' 문제다. 앞으로도 합당한 사장이 선임되는지 어떤 인사가 내려질 지 주시하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 : 복귀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박 : 내가 알기에는 작년 12월부터 소송이 시작됐다. 아직 초기 단계이다. 사실, 소송과 관련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변호사 말에 따르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린단다.

미 : MBC 기자들이 김재철 사장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입었을 것 같다. MBC 전 기자회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박 : 글쎄, 딱히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상심도 클 테고. 그러나 우리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MBC 재건' 뿐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미 : 김재철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박 : 해임되신 분에게 무슨 말을 할까. 할 말이 없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뉴스타파

미 :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최승호(아래 최) : 개인적으로 해임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출장을 갔다가 밤 늦게 도착해 <미디어스> 기사를 봤다. 여러모로 해임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애써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타파 다른 식구들이 김 사장이 해임됐다고 이야기해서 매우 놀랐다. 반갑기도 했다.

미 : 향후 MBC에 대한 전망을 듣고 싶다. 김재철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바라보시나?

최 : 당연히 김 사장 이후가 중요하다.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김재철 씨가 있을 때 만큼 악랄하겠나? 김 사장 때보다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김 사장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낙하산이어도 김인규와 김재철은 결이 다르다. 김재철이라는 희대의 인물 사라진 뒤에, 그와 같은 캐릭터가 또 등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MBC가 정상화에 걸맞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오늘의 투표 결과도 불안하지 않았나? 새누리당은 끝까지 김 사장 해임을 원치 않았다. 어떻게든 다음 사장은 여당과 정부 측 입맛대로 임명하려고 할 것이다. 낙하산을 보내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릴 것이다.

오늘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 2명이 이사로서의 독립성을 발휘했다. 그간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그런 독립성이 추후에도 지켜진다면, 정부와 여당 측이 막무가내 인선을 하지 못할 것이고,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재철 시대에 버금가는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미 : 김 사장 해임 후 해고자 복직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 : 사실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노조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결과와 관련해 나름대로 기대를 해볼만 한 지점이 있다. 다음 사장은 MBC 출신이 올 텐데, 그가 개인의 출세에만 혈안이 된다면 MBC는 큰 문제가 될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공정성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김 사장과 달리 정상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작금의 위기는 MBC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해직자와 징계자들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그간 무능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계속 바보 같은 결정이 나고 MBC는 망가졌다. 이제는 전문적인 인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되돌려야 하고, 그래야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

미 : MBC 구성원들이 김재철 사장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MBC 간판 PD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최 : 안에서 후배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참고 견디고 싸운 보람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김재철 체제의 종말을 보게 됐다. 이제는 같이 힘을 모아 빨리 MBC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당연히 우리 후배들은 그런 노력을 할 것이다.

미 : 마지막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최 : 이야기하고 싶은 건 없다. 도를 지나친 행태가 너무나 많았다. 자기 생각이 있어서, 자기 나름의 주관이 있어서 그간 구성원들과 갈등한 것이었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겠으나, 김재철 씨는 개인의 사익을 위해 방송을 너무나 망가뜨렸다. 그냥 아무 말 말고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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