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퇴임 사흘만인 지난 24일 미국으로 출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진상조사특별위원회, 이른바 ‘원세훈 게이트’ 소속 진선미 의원이 인천공항에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다녀오는 등, 야당은 원세훈 전 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시도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민주통합당 국정원 국기문란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김현, 문병호 진선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출국을 시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진선미 의원은 2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안의 엄중성, 원 전 원장이 사건의 가장 핵심인물이라는 점을 보면 수사의 핵심은 그 당사자의 신병 확보에 달려 있다”며 “원 전 원장이 당장 사라지면 이 사안이 정확하게 밝혀지는 데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피성 출국’의 정황에 대해 진 의원은 “본인이 살던 집에서 짐이 다 빠져나간데다가 지난 21일 저녁 일부 사람들만 함께 하는 퇴임식을 부랴부랴 마무리 지었다”며 “(항공편을) 전격 예약을 했다는 이런 소문이 들리면 누구라도 의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퇴임 이후 객원연구원으로서 외국에서 본인들의 생활을 정리하고 연구도 한다고는 하지만 원 전 원장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다”며 “정보유출과 테러의 위험을 보면 최소한 1년 이상은 외국에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에 관해서도 검·경이 내사 중에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누구나 생각하는 정치 개입 지시를 전 직원들에게 공공연히 내렸을 정도면 그가 가진 권력을 본인의 사사로운 영역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믿을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개인적인 비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여야 합의하에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조사해야 될 의무는 이미 사정당국으로 넘어가 있다”며 “검찰 수사가 빠르게 마무리돼야만 국정조사가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수사기관인 검·경이 현행범에 관한 처리를 해야 한다”며 “그 분들이 제대로 해 주시면 우리가 왜 힘든 국정조사를 해야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은 또한 “국가는 소속 국민들이 제대로 잘 살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우리가 선택한 체제로, 체제 유지의 근간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삼권분립 등이다”라며 “(국정원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진짜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이 미리 출국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정 당국의 '비호'와 '협조' 없이는 이런 행보가 불가능하단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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