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기능이 정지될 위기에 처했다.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지난 1월 이강국 전 소장이 퇴임하고 이후 지명된 이동흡 후보자가 낙마해 아직까지 공석으로 남아있고,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헌법재판관도 22일로 퇴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 중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기 3명씩 선임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인 현재 상황에서 송두환 재판관마저 퇴임하면 헌법재판관 9인 중 7인만 남게 된다.

▲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동흡 후보자의 모습. ⓒ뉴스1
물론 7명 이상이라도 심리는 열 수 있다. 9인의 3분의 2인 6인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인 체제에서 6인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원일치’에 가까운 합의가 나와야 위헌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헌법재판소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여는 관례를 깨고 1주일 앞당긴 21일 재판을 열기로 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1, 2, 9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최소한 8인 체제로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의 송두환 재판관이 퇴임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공석이 된 2인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인선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미래창조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까지 사퇴해 헌법재판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은 남아있는 헌법재판관이 7명 이상이라는 점 때문에 청와대가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관련 위헌법률 사건, 투표시간 연장 관련 헌법소원 사건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한 선고가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가 당장 새로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송두환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 절차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동안의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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